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미 Mar 07. 2022

최고가 되고도 인생에 현타가 온 이유

윌스미스의 자서전 <윌>을 읽고

보통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고 어떤 책인지 짐작한다. 윌 스미스의 얼굴이 떡하니 있는 이 책의 표지를 보면 그의 긍정적 이미지와 성취들이 연상되어 동기부여나 자기계발 책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목도 <WILL>이다. 띠지에는 "당신은 역경을 이겨낼 능력이 있는가?"라고 굵은 글씨로 적혀있다. 어떤 <의지> 를 가지고 살아야 자신처럼 살 수 있는지 알려주는 멘탈 코칭같은 책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러나 이 책은 윌스미스의 강력한 의지보다 취약한 면을 훨씬 많이 드러냈다. 오히려 그 강력한 의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책이었다.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윌 스미스의 처절한 참회록이자 인생 2막을 알리는 성장 에세이였다. 짐 캐리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유명해지고 백만장자가 되어봤으면 좋겠다. 그럼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이 책은 정확히 이 말을 540여 페이지로 길게 늘어뜨린 책이다.



그가 이룬 것은 그가 원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세상을 전쟁터로 바라봤던 윌스미스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나는 그가 했던 이 말을 기억한다. “트레드밀 (러닝머신)에 나보다 더 재능있고 똑똑한 사람이랑 올라간다해도 결과는 두 가지다. 그 사람이 먼저 기권을 하거나 내가 죽거나.”분명 멋진말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쯤 챕터의 제목은 <항복>이다.



경쟁 상대를 연달아 뛰어 넘는 높은 성취로 무적임을 느꼈지만 결국 세상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했다. 가족은 흩어지고 있었고 자신의 감정은 억눌러져 이제 박스오피스 1위를 해도 감흥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윌 스미스는 왜 항상 농담을 강박적으로 해야했는지 왜 끝도 없는 목표를 위해 하기 싫은 일들을 참아가며 했는지 전 생애를 통해 살펴봤다.



어렸을 적 겪었던 정신적, 신체적 학대와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과 몰락의 경험들이 지금의 윌스미스를 만들었다. 그는 그가했던 악행과 선행들을 공정하게 인정하며 되돌아본 삶을 통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바로 힘과 행복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는 끝도 없었다. 그는 외부에서 얻는 성취들로 힘이 생기면 더 세상을 통제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세상은 전쟁터가 아니었고 통제할 수 있는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항복은 더 이상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항복은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며 세상과 하나가 되는 방법이다.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점프>다. 50살 생일에 그는 어렸을 때 두렵게 느꼈던 그랜드 캐니언의 협곡에서 헬기 번지를 하기로 했다. 그는 아버지의 학대가 두려웠기 때문에 동생처럼 저항하고 여동생 처럼 회피하는 대신 광대가 되었다. 친절하고 농담 잘하는 긍정적인 윌 스미스는 이제 모든 강박들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는 도약한다. 더 이상 추락하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백치>를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