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준에 대한 고민
저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쌤, 대학 어디 나왔어요?"
그리고 이런 질문도 받습니다.
"쌤, 전공이 뭐에요?"
"쌤, 꿈이 뭐였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이 된 사람에게 참 궁금한 것이 많은가 봅니다. 질문의 내용을 보면 현재 아이들 머릿속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이제 관심이 없거든요. 제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전공이 뭔지, 꿈이 뭐였는지. 하지만, 아이들이 궁금해 하니까, 성실하게 답변을 해줍니다.
"대학은 일급비밀이니까, 비밀. "
"전공은 일본어 선생님인데 당연히 일본어 전공이고, 내 꿈은 사회복지사였어."
그럼, 아이들이 또 질문합니다.
"어? 그런데 왜 선생님하고 있어요?"라고 묻습니다.
"뭐, 사회복지사 힘들다고 일본어 잘하니까 일문과 가라고 하길래 일문과 갔지."
그때 일을 떠올려보니까, 사회사업학과, 일본어일본문학과 모두 지원이 가능했는데 나는 일문과를 선택했습니다. 그때 선택의 이유가 ‘너 일본어 좋아하잖아, 니네 일본어 선생님도 그 대학 나왔어.’라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지만, 일본어를 좋아하고, 누군가와 배움을 나누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일문과를 나와서 일본어 교사를 하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내가 살았던 시절보다 곱절은 복잡해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진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학을 선택할 때는 보다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서 함께 아이의 대학을 선택해 볼까요?
아이의 성적으로 서울시립대학교와 인하대학교 두 대학에 모두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느 대학에 갈지 생각해 봅시다.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떠오르는 생각을 제가 대신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대학의 지원학과를 비교해 본다.
2) 대학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살펴본다.
3) 합격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 본다.
4) 대학 졸업 후 전망을 조사한다.
5) 자신의 진로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 생각한다.
6) 학비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7) 대학에 대한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검색해 본다.
8) 대학의 학제, 장학제도 등을 조사한다.
9)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알아본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어떠신가요?
어느 대학으로 지원할지 생각해 보셨나요?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드시나요?
18년 아이의 인생에서 사회인으로서 한 발 내딛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 순간인데, 너무 단조로운 기준으로 아이의 길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저 질문 중에서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찾으셨나요?
저에게는 지금도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주제가 있습니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교사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갈 때 그 익숙함 때문에 마음이 피폐해진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독서토론모임을 시작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책을 읽었어요. 인문고전부터 심리학책까지 읽었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래 문구는 아이들과 상담할 때 계속 생각하는 내용입니다.
상위 프레임에서는 ‘Why(왜)’를 묻지만 하위 프레임에서는 ‘How(어떻게)’를 묻는다는 점이다. 상위 프레임은 왜 이 일이 필요한지 그 이유와 의미, 목표를 묻는다. 비전을 묻고 이상을 세운다. 그러나 하위 프레임에서는 그 일을 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인 절차부터 묻는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나 큰 그림을 놓치고 항상 주변의 이슈들을 좇느라 에너지를 허비하고 만다. 상위 수준의 프레임을 갖고 있는 사람은 NO보다 YES라는 대답을 자주 하고, 하위 수준의 프레임을 가진 사람은 YES보다 NO라는 대답을 많이 한다.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묻는 말입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왜 하고 싶어? 진짜 하고 싶어?"
"부모님 생각 말고 너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뭐야?"
"돈 많이 벌면 좋지. 돈 벌어서 뭐 할 거야? 돈 버는 목표가 뭐야?"
"넌 3년 뒤에 뭐 할래?"
"대학을 졸업하고 어디에서 뭘 하고 있으면 좋겠어?"
아이들의 대답은 어떨까요? 100명의 아이에게 질문을 하면 100가지의 대답이 나와야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모르겠어요.' 또는, '그냥요'라고 답합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너무 어려운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진 걸까요?
아이들 머릿속에 벌써 어른들이 짜놓은 세상의 기준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달라졌다. 시니어들의 문화생활, 20대 추월, 60세 이상 문화예술 관람률, 76.4%」
이 문구는 2020년 들어서 신차를 출시한 한 회사의 광고문구입니다. 시니어 세대의 사람들도 인생의 주인공은 ‘나’를 외치며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생각을 세상의 기준으로 메워버린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한창 꿈을 꿀 때인데 말이죠.
「자신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 중,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라는 물음 앞에서 내가 이 대학에 ‘왜’ 가려고 하는지, 나의 꿈은 ‘무엇’인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디’를 가야 하는지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회의 학벌 문화가 얼마나 지독한지 영화 대사에도 보이죠?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이대 나온 여자. 그것이 인생을 사는데 그렇게 중요한 영향력을 미칠까요?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나가는데, 자신이 행복한 만큼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얼마나 기여할까요?
아이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 관문. 대학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