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은 내가 쌓아올리는거야, 이제 멈춰!!
「어느 대학 가고 싶어?」
「00 대학교 00 교육과에 가고 싶어요.」
「음,…」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흔히 나누는 대화입니다. 교사가 먼저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과 전공학과를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시작함과 동시에 거대한 장애물에 부딪히게 됩니다.
왜냐하면, 교사의 머릿속에는 이미 누적된 입시 정보가 들어차 있고, 등급별 지원 가능 대학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실력과 실제 서열화된 대학 정보가 맞지 않기 때문에 이 상담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거지요.
아이의 현실과 희망 대학 및 학과의 점수 차이가 클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1) 아이에게 정말 그 대학을 가고 싶은 이유를 물어보고, 그래도 그 대학에 꼭 가고 싶다면, ‘등급을 올리고 부족한 활동을 채워보자. 조금 더 노력해 보고 다시 한번 상담하자’라고 아이가 노력할 수 있는 기간을 갖는다.
2) 현재 학생의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가능한 선에서 적절하게 타협을 하도록 유도한다.
3) 희망하는 대학에 가는 것은 전혀 가능성이 없으니 목표 설정을 다시 하도록 한다.
4) 현재 점수로는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니, 재수를 권한다.
5) 공부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으니, 진학 이외에 다른 길을 가도록 권한다.
현실과 이상의 차가 클 때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해 보셨죠?
그럼 이제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1) 아이가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가능성이 있는 곳에 지원하기를 바라시나요?
2) 현실적인 선에서 타협한다면 그 가능성은 100%라고 확신하시나요?
3) 가능성이 있는 대학으로 목표를 설정했다면 목표한 대학에는 합격할 수 있을까요?
4) 재수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5) 공부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 다른 길로 간다면 꽃길만 펼쳐질까요?
답이 없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에 제가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답을 찾지 못했으니까요.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진지하게 꿈을 꾸면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서 간다는 겁니다.
「성적이 낮아서 희망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의 아이가 아무것도 꿈꾸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고2 담임하던 때의 일입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예의 바르고,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해도 노여워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딱 하나, 흠이라면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공부했던 과목이 일본어였습니다.
어느 날, 주말에 카톡을 보내왔는데, 하네다 공항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주말에 일본 여행을 하고 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허, 요놈 봐라. 공항? 금요일 오후에? 인천도 아니고, 하네다? 거기다 혼자?’
저에게는 이 아이가 일본에 간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가는 도쿄 여행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순간, ‘공부’가 아니라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살겠구나’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너 뭐 하고 싶어?”
“선생님,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여행 컨설턴트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3학년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더 공부해 보고 생각할래요.”
2학기에 들어서자 아이는 수학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성적도 조금씩 올렸습니다. 그렇게 2학년을 보내고 3학년이 된 어느 날, 아이와 복도에서 마주쳤습니다.
“쌤, 저 대학 가려고요.” 자신의 포부를 밝힙니다.
“어디서 받아준대?” 살짝 농담을 했죠.
“아, 쌤~~. 아빠가 한국에서 대학 들어가야 유학 보내준대요.”
“필사적으로 대학을 준비해야겠네. 너라면 꼭 할 거야. 파이팅!”
성적이 낮다고 해서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낮은 성적에 맞추어서 자신의 꿈을 꺾다 보면 그 또한 습관이 됩니다. 꿈을 접는 습관. 우리 아이들에게 ‘잔혹 동화’는 이제 그만 꾸게 하고 싶습니다.
성적이 낮아도 꿈은 있습니다.
9월부터 학교에 가게 되면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인지를 연신 물어대고 있다. 정말 이보다 더 어리석은 질문이 있을까? 실제로 해보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하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지만, 실제로 어떻게 될지야 알 수 없는 일이다.
-호밀밭의 파수꾼, J.D.샐린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