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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리아 Dec 08. 2020

내 아이의 사춘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이의 세계는 나의 세계와 겹치지 않는다.

나에게는 14세 아들이 있다.

어려서는 흥이 많고 귀여운 구석이 많았는데 이제 중학생 티를 내는지 조금씩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물어보는 말에, '응', '아니', '재밌었어', '몰라' 등 주어, 목적어, 조사 등 문장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를 모조리 생략하시고 아주 꼭 필요한 한 단어로 구성된 말씀만 하신다.

뽀샤시하시던 얼굴에는 울긋불긋 홍매화가 여기저기 만발하셨고, 목소리는 굵직하게 변하였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여자 친구가 있어."라고 하신다.

엥?

"그렇구나."

라고는 했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은 엄마 마음이지 싶다. 그리고 학교에서 연애를 한다 함은 아이들의 짓궂은 놀림을 겨울 바다의 소나무처럼 견디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걸 알고 시작하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무슨 생각이신 건지. 허허.

아들의 연애 역시 아들의 영역이니 엄마인 나로서는 "잘하거라"라고 말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연스레 물어보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애 첫날부터 아주 힘들다며 너덜너덜해져서 왔다.


그러고, 한 달쯤 지났을까, 헤어졌다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이 너무 많이 놀린다며..... 하하하, 예상했던 바이다.

"너무 놀려서 힘들어. 자꾸 손잡으라 그러고...ㅜ_ㅜ"

"아들아,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은 당연한 거야. 서로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그러니, 하나님께서 아담이 독처하는 것을 불쌍히 여기시고, 함께 있을 남자 친구가 아니라, 이브를 창조해 주셨잖아?"
"알아, 그래도 지금은 아닌 것 같아"

".....^^....." 


이렇게 짧은 연애사는 지나가고,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계신다.

한 번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가시면 1시간은 기본이고, 그냥 두면 2시간 동안 욕실에 있기도 하신다.  그 또한 아들의 영역이니 내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엄마이기에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인 듯하다.

답답해서 소리 지르면 나만 속 터지고 우리 아드님은 전혀, 아무런, 감흥이 없으시고, 엄마가 왜 화가 났는지 모르고, 나는 2시간 목욕하는 아들이 이해 안 되고, 우리 아들은 답답해하는 엄마가 이해 안 되는 서클이 계속된다.


사춘기가 시작된 것이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어느 날 우리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너무 가족들하고 같이 다녀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라고 한다.

그 말에, 나도 학교 다닐 때 내 방이 갖고 싶었던 기억이 났다. 사실 지금도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때가 종종 있다.


14세.


많은 것을 생각할 나이인가 보다. 친구 문제, 학교 문제, 진로 문제, 가족 문제 등.


아이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물리적으로 보이는 '집'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이만의 시각, 재구성이 필요하겠지. 


조금 인내해볼까? 

2시간 목욕하면 어때? 

이제 옹졸하게, "아들아, 이번 달 온수비 너 용돈에서 내라."라는 치사한 발언은 하지 않아야겠다. 


조금 대범하게 사춘기 아들의 엄마 노릇을 준비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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