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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리아 Oct 22. 2020

마음을 잡다

잡념을 없애고 안정을 되찾다

글을 쓰다가 어느 순간엔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진 것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억지로 내 몸을 일으키려고 애쓰지 않으려고 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이들 저녁을 차리고 공부를 봐주고, 놀아주고, 산책하고 일상의 평범함을 누렸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하루 종일 지친 심신으로 '머리'를 가동해야 하는 책 읽기, 글쓰기, 공부하기, 연수 듣기 등의 활동은 전혀 무시하고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는 대신 그동안 모르고 지나갔던 드라마, 영화를 열심히 찾아서 봤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미스터 선샤인'을 보면서 저 시대에 살아간 그이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고,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슬픔이 서려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또, 저들이 지키려는 나라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구나~라고 생각하니, 아무 생각 없이 영 허투루 살 수가 없겠다~ 생각했다. '머리'를 가동하지 않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생각'이 움직이고 말았다.

그래서 영화, 드라마의 영역을 코미디로 바꾸어 보았다. 

'댄싱퀸'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깜짝 놀랐다. 자꾸만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자꾸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 실패!!

'계춘할망'

왠지 재미있고, 신선할 것 같은 제목으로 PICK 한 영화!! 

생각도 폭주, 나의 눈물도 폭주,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것, 대실패!!

도대체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있기는 한 것인지---.

'보건교사, 안은영'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해서 진~~~~ 짜~~~~ 아무 생각 없이 멍~~ 하니 보면서 소파와 한 몸이 되고 싶었는데, 아니 이걸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보나? 학교 안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슬픔, 교육현장이라는 일그러져 있는 울타리,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아무도 몰라주는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무리들~을 형상화하고 있는 장면들이 요소요소에 등장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내가 그런 야무진 꿈을 꾼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왜냐고? 그 콘텐츠를 만들 때, 만든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은 만물의 척도'라고 했나?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처음 시작했던 글을 향한 두근거림을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마음을 잡다'를 구글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잡념을 없애고 안정을 되찾다'라고 되어 있다. 


'김사부'라는 드라마에서 수술 중 심정지가 온 환자의 심장을 손으로 잡고 맛사지하여 가까스로 살려내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지금 나의 상태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쓰기 심정지 상태! 심폐소생술로는 불가능하다.


'마음을 잡다' 

응급처치, 심장맛사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닥치는 대로 글을 읽고, 강의를 듣고, 좋은 글귀를 필사하고,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뛰지 않는 심장에 자극을 주고 싶었던 듯 싶다. 


뭔가 효과가 있었던 걸까? 지금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나의 마음을 적어내려가 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의 심장에 쿵~하고 내려앉는 글이 내게로 와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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