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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리아 Sep 22. 2020

흐트러짐

일상의 탈출구

세상 어지러운 나의 책상을 보면서 느낀다.

나는 평생 정리라는 것을 모르고 살 듯 싶지~~라고.

너저분하게 늘어져있는 책상 위를 보면서 지저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또 딱히 그것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치우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름의 규칙이 있다. 

온통 어지러진 물건들이 각자의 자리에 각인되어 있다. 언젠가 보았던 서류더미 밑의 가위, 책 사이에 끼워있던 도서상품권~이렇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정리를 하면 나의 기억 회로는 지우개로 지워진 듯이 하얘진다. 

언젠가 우리 엄마(친정 어머니,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엄마를 어머니라 부르기 어렵다.)가 집에 오셔서 정신이 없으셨던지 화장대와 옷장, 서재방을 정리해 주신 적이 있다. 

뭐 일단 벌어진 일이어서 어떻게 손쓸 방도는 없었지만, 그 뒤로 나의 결혼반지를 찾지 못해서 신혼 3년 동안 나의 손가락은 반지와 만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의 완벽한 정리력과 반짝 기억력 덕분이었지 싶다. 

(엄마가 알면 서운하시겠지만, 그날 이후 엄마는 나의 철벽방어 대상 1호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정리를 아주 안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필기의 여왕이었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방청소 하는 것이 취미이며, 과도의 스트레스로 폭주하면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지러놓은 방을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까?

일단, 초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책상을 치우는 것보다 바쁜 일이 있고, 직장에 나오면 나와 연관된 인간관계가 너무 많으니까 그들과 생기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고, 00청에서 오는 문서를 해결하고, 수업준비를 하고, 출석확인을 하고, 각 부서에서 하루에도 몇건씩 제출하라는 문건, 교사들이 무척 한가한 줄 크게 착각하고 있는 00의원의 급작스러운 요구자료 제출, 연구회 연락 사항을 살펴야 하고~~등등~~생각해 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다. 이렇게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어느덧 나의 책상 위는 그냥 두서없이 던져 놓은 물건들로 가득해 지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제든 손에 잡힐 만한 위치에 물건을 두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다, 아차, 하고 정신이 들었을 때,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산만함을 정리하고 싶을 때 몰아서 치우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의 '쉼표'를 찍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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