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3명은 방학이 있지만 남편은 가장 뜨거운 여름 성수기에 휴가를 얻어야만 쉴 수 있다.
그나마도 코로나19로 여행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 그것도 1박 2일 여행이다. 교육청에서 준비하는 수업 관련 일로 정말 애매한 날에 출장을 가게 돼서 짧은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예약하고 취소하고를 반복해서 우여곡절 끝에 간 곳은 바로 용평!!
3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도착한 리조트!
숙소에 도착해 거실 커튼을 열자마자.... 벌레가....
왓!!!!! 악!!!!! 꺅!!!!!
ㅎㅎㅎㅎㅎ도시촌님들의 놀람 경보!!!!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뉴스를 듣고도 이렇게 경악하지는 않았는데...
급기야는 프런트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바꿀 수 있는 방이 없다는 통화 끝에 우리 딸과 아들은
'아, 이곳이 오늘 우리가 잘 곳이구나~'하고 마음을 돌렸다.
마음을 돌리니 보이는 것은 아름다움들이다.
간단하게 짐을 풀고 리조트 내에 있는 발왕산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발왕산 케이블카의 길이는 3,710m, 해발 1,458m로 국내에서 최대 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있어서 그런지 여수, 설악산, 통영, 거제도, 땅끝마을 등 웬만한 케이블카는 거의 타 본거 같은데, 발왕산 케이블카를 탈 때는 정말 길다~라는 느낌과 높다~라는 놀람과 아름답다~라는 감탄을 하면서 올라갔다.
발왕산 케이블카, 정상으로 가는 길
발왕산 케이블카는 올라가면서도 놀랍고 그 정상에 둘레길이 있어 산책하기 좋고 아기자기하게 공원, 스카이워크, 포토존 등을 다양하게 조성해서 둘러볼 것이 참 많았다.
발왕산 약수
숲 길을 따라 깔아놓은 나무데크를 걸어가면 약수터도 나온다. 재물, 지혜, 건강, 사랑... 4가지의 물줄기가 있다. 우리 딸은 재물을 생수병 가득 받았고, 우리 아들은 지혜의 물을 발왕산 텀블러에 가득 담았다.
누가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지...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으리라.
일본 교토의 청수사에도 유명한 세 줄기의 물이 있다.
그런데 조심할 것!!! 꼭, 한 가지 종류의 물을 마셔야 한다. 세 줄기의 물을 모두 마시면 일본어로 「よくばり, 요쿠바리 (욕심쟁이)」라고 해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재물, 사랑, 학문... 이렇게 세 줄기의 물을 받아 마시기 위해 어마어마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는 너무 더워서 패스, 교토의 더위는 연일 40도....로 도저히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었다.
다음에 와서 마시자!! 했는데 코로나19와 외교 문제로 이렇게까지 일본이 먼 곳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 가족은 우리의 뜨거운 여름을 꽉 찬 1박 2일로 즐기기 위해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알차게 보냈다.
참 우습다. 교토는 다시 오지~했는데, 무슨 용평이 얼마나 멀다고 그렇게 가열차게 놀았는지... 허, 참...
아무튼, 케이블카에서 내려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베란다에서 스파클링 불꽃놀이를 했다. 베란다 아래에서 들리는 계곡 물소리, 매미울음소리, 옆 방에서 들리는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 귀뚜라미 소리와 '치~~지직지직~' 스파클링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아, 이게 행복이다' 라는 감탄이 속에서 우러나온다.
두 아이를 위해 준비한 조심스러운 불꽃놀이
불꽃놀이를 하고 아쉬워서 비눗방울을 들고 산책을 나갔다. 낮에 보았던 잔디 광장에 멋진 조명과 분수대와 넓은 광장이 여유롭게 펼쳐져 있어서 감격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여유로운 공간이 참으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광장을 뛰어다니면서 마음껏 비눗방울을 날리고 터트리고, 날리고 터트리고를 반복했다.
리조트 내에 펼쳐진 잔디광장과 조명
한참을 놀다 보니 11시가 넘었다. 이렇게 늦은 밤에 잔디광장에서 비눗방울을 하면서 뛰어다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11시까지 한 번도 뛰어놀아 본 적이 없는 우리 가족도 참으로 놀랍다.
들어가자고 하니 너무 아쉬워하는 우리 아이들... 내일 우리에게 있을 다이나믹 썸머... 를 위해 아쉬운 마음을 고이 접고 방으로 들어와 씻고 잠을 청했다.
"엄마, 왜 요렇게 이불이 딱딱해요?"
"....."
나도 너무 딱딱해서 깜짝 놀랐지만 나까지 놀라면 안 잘까 봐...
"음, 나윤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면 위험해서 일부러 이불을 펴고 자는 거야."
"그래도 너무 딱딱한거 아니에요?"
"...."
"엄마? 엄마? 내 말 안 들려요?"
"...."
어, 안 들려....ㅜㅜ
그렇게 몇 번의 의미 없는 대화를 반복하자 정말 피곤한지 아이는 곤하게 잠이 들었다.
나는 딱딱하고 웃겨서 뒤척이다가 겨우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무성한 숲을 뚫고 들어오는 강렬한 태양빛에 눈을 떠보니 새벽 6시... 강제 기상이다.
일어나서 뒤척이다가 천천히 챙기고 조식을 먹고 우리의 본격적인 다이나믹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선 여름 루지에 도전하였다. 정말 최고로 재미있었다. 우리 아들의 말을 빌리자면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들은 속도, 방향 모두 자동제어라 그냥 프로그램대로 타야 하는데, 이건 자신이 속도와 방향 등을 조절할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안전의 문제로 아쉽게도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루지에 이어서 마운틴 코스트를 타러 갔다. 개인이 속도를 조정하는 1인용 롤러코스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주 재미있다. 무서울 때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아주 매력적인 장점이 있다.
용평을 1박만 하다니, 너무 아쉬웠다. 신나게 놀고 싶고 놀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내일 당장 출장을 가야 하기에 아쉬워하면서 용평을 나섰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것은 강원도의 시원함이다.
1박 2일 동안 26도를 유지하는 기온!!! 판타스틱!!!
아쉬우니, 드라이브~겸 강원도를 조금 돌아볼까?
정동진 바다가를 찍고 산길을 지나 정선 스카이워크, 동강 한반도 지형을 찾아갔다.
동강 스카이워크
막상 스카이워크를 걷는 길이는 참 짧다. 발왕산 케이블카 전망대의 스카이워크가 좀 더 넓고 길다. 하지만 동강의 스카이워크는 발아래 한반도 지형이 펼쳐진다는 특별함이 있으니까...
동강 한반도 지형
동강 스카이워크에는 또 특별한 것이 정선 짚와이어를 타고 저 마을 아래로 내려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향해야 했다.
원래 여행이란 게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기쁨과 다음을 기대하는 설렘이 뒤섞이는데, 이번 여행은 그냥 아쉽다.
4단계로 격상되면서 자유롭게 만나고 여행하는 것에서 제약을 많이 받아서 더욱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