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똥누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멜리아 Aug 18. 2021

15% 정도...

100%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없다

일본어에 "ひと それぞれ, hito sorezore"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옮기려고 하니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말입니다.

좋다, 나쁘다~ 격론이 벌어지거나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생겼을 때 결국은 

"ひと それぞれでしょう。" 라고 하면 범죄가 아니고서야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할 때는 낯설기도 하고 내가 이 분야에 아는 바가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모든지 배우면서 시키는 대로 업무를 한 것 같습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선배님은 "서로 바쁠 때 도와가면서 하는 거야"라고 하시면서 서로서로 협력의 관계를 강조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그 선배님은 다른 부서 분이셨고... 하... 그분의 고유 업무를 제가 해드린 것이니까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갑질?'이죠. 친절을 가장한 갑질....

그리고 또 한 선배님은 한 학기 동안 저에게 근무를 바꿔달라고 해서 저야 뭐 별다른 일이 없으니까 바꿔드렸죠. 그런데 한 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어머, 미안해요. 제가 진짜 신규인 줄 알았어요."

"네? 저 신규 맞아요. 여기가 첫 발령지예요."

"아니오, 나이가... 정말... 학교 졸업하고 바로 되신 줄 알았어요... 오늘까지만 교환 부탁드릴게요."

"... 하... 하... 뭐... 그러시죠..."

조금 황당했습니다. 

그럼 진짜 신규에게는 그렇게 해도 된다는 건가? 지금 생각해 보니, 육아시간을 쓰면서 신규니까 편하게 교환을 하다가 내 나이가 본인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불편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난 지금도 여의치 않아 부탁하시는 분들에게 바로 교환해드리는데.... 


하지만 그때 겪은 일들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분들도 나에게 모두 나쁜 기억만 있는 것도 아니구요. 나에게 '친절한 갑질'로 가장하여 자신의 업무를 나눠주신 선배님께서는 내가 매우 곤란했을 때 함께 해주고 격려해주고 토닥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나에게 수업 교환을 요청했던 선배님께서는 상황에 따라서 도움이 되기도 했고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그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래서 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5%만 채워지면 수용하면서 사람을 만나려고 합니다. 

모두가 100% 나쁘지도 않고

모두가 100% 좋지도 않다는 것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어느 예능에서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왠지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해가 안 돼~"라는 말을 참 많이 했는데, 요즘은 "아냐~,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2021, 2학기!! 

원격, 등교, 원격, 등교~~ 가 무한 반복이 될지도 모르지만 


"ひとそれぞれ" 

"그럴 수 있어"


라는 마법의 주문으로 15% 정도만 만족하면서 행복한 완주를 해보려고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