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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리아 Dec 09. 2021

오빠는 다 컸는데 혼자 공부 못해요?

저 좀 보세요

딸칵!!!!

공부방 전등 스위치를 끄는 소리다. 순간 방안에 어둠이 깔린다.


나윤아…, 어서 불 켜”. 아들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내 귀에 훅~들어온다.

딸칵!!! 전등이 다시 켜지는 소리가 들린다. 방 불을 다시 켜고 둘째가 조용히 방을 나간다.


요즘 아들의 시험 준비 기간이라 세계사 공부를 함께 하고 있는데, 어린 딸이 오빠와만 공부하는 나에게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공부방 불을 꺼버리는 행동이었다. 당연히 공부하고 있던 아들은 흐름이 끊겼으니 짜증이 났고, 어린 딸은 딸대로 속상한 순간이었다.

딸아이를 잠시 달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방문이 빼꼼 열린다.

살짝 열린 방문 틈 사이의 어둠 너머로… 가느다란 딸아이의 목소리가 새어 들어온다.


오빠는 다 컸는데 혼자 공부도 못해요?”

“……”

난, 6살이라 애긴데… 나랑은 공부도 같이 안 해주고…”

“…”

흥!!”


앗…


15세 오빠와 48세 엄마 둥절!!!


공부하다 말고 너무나도 지당하신 말씀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렇지!!!

오빠 시험 끝날 때까지만 조금만 봐줘’라고 말하고, 그것을 이해해주길 바란 내가 어리석었다.


잠시 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작은 아이에게 갔다.

그저 엄마와 있고 싶고, 이야기하고, 함께 잠자리에 들고 싶었을 뿐.. 그렇게 30분 뒤에 아이는 잠에 들었다.


그러고 보니, 첫째 아이를 키울 때 어딘가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난다.

아이가 울면 바로 안아주라는 글이었다. 설거지, 방청소, 빨래 등은 나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가 우는 것은 지금 당장 엄마가 필요해서 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 순간은 지금이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우리 아이는 지금 당장 내가 필요하지….

다시 오지 않을 아이의 순간에,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내가 없어서, 그 자리를 눈물로 채우게 하지 말아야겠다 오늘도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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