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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Feb 28. 2018

호두과자와 곶감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호두과자'
어릴 적에는 '호도과자'라고 불렸던 추억의 음식입니다.
충남이 고향인지라 아버지가 서울에 다녀오시면 장항선 천안에 들러 꼭 사다주신 선물이라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천안 명물, 호도과자' 라고 쓰인 박스가 아버지의 손에 들려 있을 때의 설렘이란... 과자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척박한 지형에서 잘 재배가 되는 호두는 모양이 복숭아를 닮았다 하여 중국식 표기로는 '호도(胡桃), 오랑캐의 복숭아'라고 불리였습니다.


 

호두과자는 천안 광덕면이 고려시대부터 호두의 주생산지로 유명하여 호두 모양을 본뜬 과자를 충남 천안에서 1934년 조귀금이라는 분이 처음 만들었다고 합니다.  
천안에서 한 해에 약 60t 정도의 호두가 생산되는데, 호두과자의 인기에 힘입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천안 이외의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수입산 호두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프랑스와 이태리 등의 와인과 식초 등에 붙는 DOC(원산지 명칭 통제)를 천안지역 호두과자에도 도입하여, 2013년부터 천안 지역 내의 호두과자 업계에서는 밀과 호두, 팥 모두 국산만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진짜 호두과자는 천안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오리지널의 맛입니다.

여행길에 선물 포장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과자가 식는 경우가 많아, 실제 좋은 호두과자의 척도는 식어도 맛있어야 하는 것을 칩니다. 호두살이 겉에 살짝 보여야 하고, 한알씩 포장이 되어 박스에 나란히 정렬되어 있어야 진짜 호두과자입니다.  요즘 일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짝퉁 호두과자와는 다릅니다.  

진짜의 맛은 혀가 일차적으로 직감합니다.




겨울철 호두과자와 함께 어린 시절 저의 가장 귀한 디저트였던 '곶감'  

햇살 따가운 초가을, 익지도 않은 떫은 감을 외할머니가 따실 때는 '먹지도 못하는 저 떫은 감을 왜 저렇게 따시지?'하는 궁금함이 피어나기도 했습니다. 딱딱하고 떫은 홍시를 껍질 벗기고 채반에 받쳐, 항아리 위에 올려두면 따가운 가을 햇살에 시간이 지날수록 반건시가 됩니다.   
하굣길에 집에 돌아와 장독대 위에 아직은 수분 가득한 반건시를 한입 가득 입에 물면 자연의 풍요로움을 가득 입에 문 듯하였습니다.   
적당히 건조되어 건시가 되면, 항아리에 켜켜이 담아 저장하시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하이얀 당분'이 곶감 표면에 피어오르는 완성된 곶감을 마주했을 때의 신비로움은 어른이 된 지금도 자연의 이치에 고개 숙이게 합니다.



 

동아시아 특유의 겨울철 저장음식인 곶감은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만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저처럼 목을 많이 쓰시는 분들도 곶감이 좋다고 합니다. 목에도 좋고, 기침과 가래를 치유하기도 한답니다. 설을 맞아 호두를 안에 넣고 돌돌 만 곶감쌈을 만들어 차례상을 올리는 기억도 있습니다.  겨울밤 따뜻한 아랫목에서 차가운 수정과에 곶감을 띄워 먹는 호사는 겨울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곶감은 집에서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상주나 고산에서 곶감을 만들어 택배로 보내주시는 시대이니 이분들을 열심히 응원하고자 한상자 청해 봅니다.   




호두과자와 곶감 이야기를 풀어놓다 보니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오늘 밤 꿈에 나타나 이번 주 로또번호도 알려주시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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