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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Feb 28. 2018

짬뽕순두부와 빅 데이터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강릉에 연수 기회가 생겨 학교 교수님들과 영동고속도로를 달립니다. 강릉 가는 길,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열띤 토론이 벌어집니다.

나이 드신 교수님들은 강릉에는 일단 '초당 순두부를 먹고 시작해야 한다!'와 임용이 얼마 안 된 젊은 교수들은 '아니다. 요즘은 짬뽕 순두부를 먹어야 한다!'로 나뉩니다.


저랑 임용 동기인 모바일 통신 교수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자 그럼, 해시태그(# hash tag)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된 수치로 결정하시죠!'하며 모바일 통신 전공 교수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어떻게 결정하는지 물어보자 스마트폰에 인스타그램을 켭니다.


검색어 : 초당 순두부 해시태그 25.1k(251.000개)

검색어 : 짬뽕 순두부 해시태그 26.9k(269.000개)


빅데이터는 유행과 경험, 해시태그를 소비하는 장소를 보여주는 지표라 역설하며, 해시태그 기반으로 볼 때 요즘은 짬뽕 순두부가 압도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강릉 먹거리의 대세이니 오늘은 짬뽕 순두부를 먹고, 내일 초당 순두부를 먹자고 합니다. 



'아! 이것도 집단 지성이라 생각할 수 있을까?'하며 사실 강릉은 오징어 회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집단지성의 피해자(?)인 저는 강릉 짬뽕 순두부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Millstone and Roller, 신석기 시대 (기원전 5500 ~ 5000 년)1979 년 허난성에서 발굴

두부의 역사는 맷돌의 역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두부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먹었다고 추정되지만, 고려시대 두부국을 먹는 문헌기록 목은집(牧隱集, 이색)이 내려옵니다.

목은집에 대사구두부내향(大舍求豆腐來餉)이라는 시가 나오는데 내용은 ‘나물도 오래 먹으니 맛이 없는데, 두부가 새롭게 맛을 돋우어 늙은이 몸을 충만케 한다.’라는 부분이 전해집니다. 두부가 문헌에 처음 언급된 때가 고려말로 중국 원나라 때에 전래되었다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 인정되는 규곤 시의 방(안동장씨 1598~1680)에서 두부를 이용한 탕, 지짐 등의 다양한 두부요리를 구체적으로 소개한 걸 보면 고기가 귀한 우리나라에서는 고기 대신 두부가 인기 있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널리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연포갱(연포탕)이라 불리는 '육수에 두부와 다시마를 넣어  끓인 국'을 제사상이나 축일에 먹는 것이 우리 음식문화의 기본이었습니다. 각 지역의 연포갱들이 발전하여, 지금의 연포탕은 낙지를 넣은 맑은 국을 칭하기도 합니다.

동아시아에서의 두부의 위치는 서양인들의 우유, 치즈, 육류와 같은 역할을 할 정도로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중국의 두부의 역사는 서기 100년경 중국 북동부의 허난성의 유안(劉安 , BC 179-122 년경)이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유안은 중국 한(漢) 나라의 제1대 황제 유방(劉邦, BC 247? ~ BC 195)의 손자로 화이난(淮南, 회남) 성의 왕이었습니다.

도가(道家)에 심취한 한나라 회남왕 유안은 산을 오르다 8명의 신선을 만나게 됩니다.  불로장생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병통치약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에 신선은 콩을 갈아 두유를 만들어 응고시켜먹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이것이 두부가 되었다는 설이 문헌을 통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또는, 유안이 늙고 병든 어머니를 위해 만병 통치약을 만들다가 실수로 두부를 만들었다고 또 다른 문헌에 전해 집니다. (이외에도 유안에 관한 여러 가지 전설이 있지만, 이 스토리가 가장 마음에 들어 저는 이설을 믿기로 합니다.)

그래서 류안(Liu an)은 중국에서 두부의 발명자로 불려지며, 중국의 화이난 성은 두부의 발상지로 중국 관광객들은 회남 성의 '인류 최초의 원조 두부 맛보기'를 원합니다.


일본의 두부의 전래는 메이지유신 전까지 채식이 생활에 밀착된 나라여서, 일본의 두부는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발전된 형태로 다양한 두부를 발전시킵니다.

8세기 후반부터 선불교의 영향으로 고기의 대체식품으로 1782년 에도시대에는 두부백선(豆腐百珍)이라는 두부 요리책을 출판할 정도였습니다.

두부 조리법이 100여 가지가 넘는 것으로 보아서는 당시 일본의 두부가 얼마나 인기 있는 음식이었는지 가늠됩니다.  


두부의 생산과정은 생산의 규모와 관계없이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첫 번째, 콩을 갈아서 콩물을 추출하고, 두유와 비지를 분리한다.

두 번째, 두유를 끓이면서 간수를 첨가하여 두부를 응고 시킨다. 간수는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고 남은 농축된 소금기 가득한 짠 해수(염도 30%, 일반 바닷물은 5%)로 염화마그네슘이 풍부하여 두부를 굳히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두부를 만들기 위해 몰드(mold, 틀)에 넣어 두부를 눌러 모양을 잡니다.

위의 방법이 간수를 쓰는 전통적인 방식의 두부 만들기 방법이고, 요즘은 간수 대신  GDL(글루코노 델타 락톤)을 써서 두부를 대량 생산합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소설의 영화 '쥐라기 공원' 마지막 장면에 공룡들이 동아시아 초원의 콩밭을 헤집고 다니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데 아마 우리나라와 만주지역으로 추정됩니다.
공룡들을 복제할 때, 선천적으로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 결핍시켜 쥐라기 공원을 탈출하게 되면 필수 아미노산 결핍으로 죽는 안전장치를 만든 것인데, 동아시아로 탈출하여 콩에 들어있는 다량의 라이신을 섭취하면서 생존하는 장면입니다. 그만큼 콩 안에는 필수 아미노산 등 영양물질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할 정도로 콩에는 식물성 단백질 40%와 콩기름을 짜낼 정도로 풍부한 몸에 좋은 식물성 지방 20%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입니다. 사포닌이 많이 함유된 인삼이나 더덕, 도라지, 콩이 자라는 땅들은 척박한 땅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동아시아가 척박한 땅이라고 말하면, 북반구의 시베리아나 남반구의 파타고니아에서 살고 있는 민족들이 코웃음을 칠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짬뽕순두부를 처음 먹었지만, 강릉 교동 짬뽕스러운 국물 맛과 건실한 오징어 건더기, 그리고 고소한 순두부까지 요즘 젊은 친구들의 감성에는 이 맛이 대세겠구나 생각합니다.

명동에서 시작되었다는 순두부찌개와는 확연히 다른 요즘 세대의 입맛 같습니다. 음식의 역사는 세대가 변화와, 문화와 사회성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오징어회에 소주를 한잔하고 내일 해장용으로 먹으면 더 맛있을 텐데 하는 생각 합니다.

다음 강릉 방문 때는 '집사람과 그렇게 먹어야지!'하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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