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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Jul 09. 2018

아보카도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저녁밥을 지으려고 쌀통을 열었더니, 잘 익은 아보카도가 'Hola!'하며 인사를 하는 듯합니다. (아보카도는 대표적인 후숙과일로 수확을 한 후 그때부터서야 익기 시작합니다. 쌀통은 아보카도를 후숙 시키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쌀통에서 검푸른색으로 변한 잘 익은  아보카도를 골라 칼집 내어 반으로 가릅니다. 양쪽으로 나뉜 아보카도의 커다란 씨를 칼로 '톡' 쳐서 살짝 비틀어 빼냅니다.

악어가죽 같은 껍질을 벗겨내고 순수한 버터 촉감의 아보카도 과육만을  얻어 냅니다. 아보카도는 가지런히 편으로 썰어 얇게 펴서 뜨거운 밥 위에 올려주고 명란젓은 껍질 안 알만 골라 파내어 아보카도 옆에 조심스럽게 놓습니다. 여기에 참기름을 살짝 뿌려주고, 간장 작은 술 양념합니다. 아보카도 명란 덮밥 완성입니다.

여름밤 뜨거운 불로 요리하기 귀찮을 때, 아보카도와 명란젓을 뜨거운 밥 위에 올리기만 하면 맛있는 덮밥이 되는  참 좋은 한 끼 식사입니다. 밥맛 없을 때는 물론이고, 간단하고 영양 만점 레시피로 건강에도 최고 메뉴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아보카도의 인기몰이는 요즈음 최고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아보카도'는 슈퍼푸드로 열광받고 있습니다.


아보카도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한가지에서 두개의 열매가 달리고 ahuacatl(아후아카틀,고환)이라고 불린다.


중남미에서는 '과일의 왕'이라고 불리는 아보카도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아즈텍어로 'ahuacatl'(아후아카틀)' 이라고 불리며, 한국어로 번역하면 '고환'입니다.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불*친구'라고 하는 그 '고환'입니다.

한 가지에서 쌍으로 열매를 맺는 아보카도의 모양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대 아즈텍 문화에서는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최음제로써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최음제는 '애프러디지액'(Aphrodisiac)이라 하는데 그리스 신화의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에서 온 말로, 실제 아보카도에는 요즘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여러 가지 영양이 골고루 들어 있어 최음제로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남미에서는 아보카도를 5000년 전부터 작물화여 채집이 아닌 수확의 개념으로 오래전부터 소비하였다고 합니다.

아보카도는 멕시코 요리에서 옥수수, 고추와 함께 가장 중요한 열매로 생식으로도 많이 먹지만 '과콰몰(Guacamole)'라는 '딥(Dip)'형식으로  나쵸와 함께 소비됩니다. 멕시코에서는 우리나라 김치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국민 음식입니다. 중독성 있는 맛으로 과콰몰레를 맛보면 '담배보다 끊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나나보다 높은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스페인 정복자들로부터 '숲에서 나는 버터'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하고, 눈 보호에도 좋다는 루테인(lutein),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한 영양적으로는 슈퍼푸드에 속하는 아보카도는 19세기 이전에는 중남미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로컬푸드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역사 학자 Alfred W. Crosby는 1972 년에 The Columbian Exchange를 출판하고 콜럼버스시대 신세계로의 상륙에 대한 환경적 영향을 다루었다.


Columbian Exchange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1492년 항해에 뒤이어 유럽의 식민지화 및 무역과 관련하여 15세기와 16세기에 아메리카 대륙과 구세계 간에 식물, 동물, 문화, 인류, 기술 및 아이디어가 광범위하게 이전된 것을 말합니다.

유럽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들여온 새로운 식물들 담배와 감자, 토마토, 옥수수, 설탕 그리고 초콜릿까지 일대 변혁을 맞이 합니다. 유럽은 아메리카에서 들여온 새로운 작물의 폭발적인 식량생산 증가로 인구의 증가율을 대폭 향상합니다.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의 토종 가축들이 들여온 균들에 의한 전염병과 새로운 질병들로 인하여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인구수를 4분의 1로 급감시키는 대 재앙을 맞이합니다.

미국 역사 학자 Alfred W. Crosby는 1972 년에 'The Columbian Exchange'를 출판하고 콜럼버스의 신세계 발견과 상륙이 환경적으로  얼마나 많은 영향과 비극을 이끌어 냈는지 이야기해줍니다.


'콜롬비언 교류(Columbian Exchange)' 농업의 변화와 가축의 순환(전염병)으로 세계의 역사를 순식간에 변화시킵니다.


미국의 1940년대  아보카도 항공배송 장면
아보카도의 익힘 정도, 4번이 잘익은 상태로 검푸른 색을 띈다.


아보카도는 표피가 두꺼워서 악어가죽 같다고 하여 서양에서는 악어배(alligator pear)라고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악어 피부 같은 껍질을 가진 아보카도는 대표적으로 2가지 품종 Hass(하스)와 Fuerte(푸에르테)로 나뉩니다.

Hass Avocado(이하 Hass) 품종은 원예사인 루돌프 하스(Rudolph Hass)가 처음으로 재배하고 판매하여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입니다.

수확량이 뛰어나고 크리미한 과육의 맛도 좋으며, 유통기한이 길어서 Hass 품종은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아보카도 품종입니다. 뉴질랜드에서도 재배되어 우리나라에서 아보카도를 주로 수입하는 미국과 뉴질랜드산 아보카도는 대부분 Hass 품종입니다.  껍질이 두껍고 동그란 달걀 모양으로 과육이 풍부한 것도 장점입니다.

 Fuerte Avocado(이하 Fuerte)는 한때 껍질이 얇아 과피를 벗기기 쉬워 최고의 아보카도 품종이었지만, 곧 Hass 품종에 왕좌를 양보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Hass는 두껍고 울퉁불퉁 한 껍질 덕분에 많이 적재되어도 과육이 손상될 위험 없이 운반이 가능하였고, 대량으로 선적될 수 있습니다. Fuerte 아보카도는 점차적으로 유통과 수출에 유리한 Hass로 옮겨갔습니다. 현재 Hass는 멕시코와 칠레에서 재배되어 전 세계로 수출됩니다.

껍질이 두꺼운 Hass의 또 하나의 장점은 농약으로부터 과육을 오염되지 않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미국 내에서는 유기농 아보카도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1950년대 캘리포니아의 아보카도 농장

아메리카 대륙에서 들여온 대부분의 식물들은 유럽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지만, 아보카도는 철저히 외면되어 유럽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미국에서도 아보카도의 인기는 느린 확산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원예사 Henry Perrine은 1833 년 플로리다에서 처음으로 아보카도를 심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까지는 아보카도는 상업적인 작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보수파 백인 미국인들은 최음제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온 아보카도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히스패닉선호하는 과이라 무시하기도 하였고, 과일이라고 하기엔 당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보카도를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1950년대가 되어서야 샐러드에 좋은 파트너로서 아보카도는 건강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이후 멕시코 음식이 인기를 얻고 대중화되면서 아보카도는 미국식 대중 요리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1990년대 캘리포니아의 아보카도 농민들은 자신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미식축구 슈퍼볼을 TV로 시청하면서 감자칩이나 나쵸를 과콰몰레(Guacamole)에 찍어 먹으며 열광하는 미국인들의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과콰몰레 샘플을 만들고, 요리법을 전파하는 등 홍보를 하고, 아보카도 판매 증진 광고는 성공합니다. 아보카도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으로 다이어트와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미국인들에게 어필되기 시작하고 몸에 좋은 슈퍼푸드의 위치를 획득합니다.



슈퍼볼과 연관된 아보카도 마케팅은 판매증가율 888% 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에서 치맥을 먹으며 월드컵이나 야구를 보듯이 나쵸와 과콰몰레는 미국의 치맥으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2016년 슈퍼볼 결승일에는 미식축구 경기를 TV로 시청하며 하루 동안만  4천7백만 kg 이상의 아보카도를 미국인들이 소비했는데, 대부분 과콰몰레 형태로 소비했다고 하고, 미국 아보카도 총소비량의 20분의 1을 하루 만에 소비하는 수치입니다.

아보카도는 2000년대가 넘어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인기를 확산하는데, 199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아보카도 시장의 6배가 확대되었으며, 유럽을 비롯한 호주에도 아보카도 소비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니다. 동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은 아보카도 수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Hass Avocado Board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2011년과 비교하여 현재는 1000배 이상 수입량이 늘어났다고 하고, 인기가 너무 좋아 아보카도가 공식 화폐로 통용될 수 있다는 농담이 있다고 하니 중국의 아보카도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가까지 건강식품(health-enhancing food)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오는 2026년까지 글로벌 아보카도 마켓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보카도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니다.'


우리나라에도 포털 서비스에 아보카도 먹는 법과 고르기, 조리법까지 자세하게 소개되고, 조그마한 슈퍼마켓까지 아보카도를 판매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여자 연예인이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을 해 먹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 있구나!'하고 실감하게 됩니다.



아보카도를 재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할까?

환경 단체들은 아보카도 소비가 멕시코에서 전나무 숲의 불법 삼림 벌채를 촉진하여 그 지역의 산림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실제  아보카도 양식은 다른 작물의 양식보다 최소한 2 ~ 3 배 많은 물을 필요로 하여 주변 산림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아보카도가 인기가 얻게 됨에 따라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현대의 아보카도 농민들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여 물 사용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산림 황폐화를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기술로써 고밀도 재배와 새로운 가지치기 기술 등으로 물은 덜 필요로 하고 생산량은 높이는 기술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農者天下之大本 (농자천하지대본)'


고교 시절 배웠던 '농업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을 나이가 드니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이 빅데이터 연구나 4차 산업 혁명보다 더 절실한 것은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가 더 우선이라 생각되기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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