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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Jul 23. 2018

오징어는 할랄푸드일까? 코셔푸드일까?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살짝 배고파지기 시작하는 주말 저녁,  좋아하는 저녁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이 시작하려는 시간입니다.

 

맹숭맹숭하게 드라마를 즐기기에는 모자람이 있어 야식을 고민합니다. 배부른 건 싫고, 기름진 것도 싫다 보니 마른오징어와 함께 얼음탄 소주 온 더 락 생각이 나서 냉장고를 뒤적입니다. 소금을 넣은 미온수에 마른오징어를 넣고 10분 정도 불린 다음, 가스불에 살짝 구워 시원하게 얼음을 탄 소주와 함께 마련한 야식입니다. 청양고추를 살짝 썰어 넣은 마요네즈에 간장 반 스푼 넣습니다. 살짝 구운 오징어를 간장 마요네즈 듬뿍 찍어 먹으면 차가운 소주와는 찰떡궁합입니다.

오징어 가격이 많이 올라(마트에 가보니 진짜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금징어니 하는 말이 돌고, 마른오징어 가격도 덩달아 올라 나름 이제는 고급 음식 반열에 올랐습니다.



오징어란 이름은 바다 위에 시체처럼 누워 있는 오징어를 까마귀가 먹기 위해 다가오면,  죽은 체 하던 오징어가 다리로 까마귀를 잡아 물속으로 들어가 되려 잡아먹는다는 설화 '오적어(烏賊魚)'에서 유래합니다.

두족류에 속하는 오징어는 문어, 꼴뚜기, 주꾸미와 친족 관계로 주로 따뜻한 물에 서식하는 난류성 어족으로 아시아와 지중해 연안의 국가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잡히는 '참 오징어'라는 종류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어족 자원입니다. 전 세계 '마른오징어'를 먹는 나라가 딱 두나라인데 일본과 우리나라입니다.

요즘 들어 오징어 가격이 폭등한 여러  이유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중국 어선들의 포획을 들 수 있고, 두 번째는 유통업자들의 폭리도 들을 수 있다고 하며, 마지막으로는 요즘 인기 좋은 '총알 오징어'의 남획도 오징어 가격 폭등의 한 원인입니다.

총알 오징어는 오징어의 새끼로, 여름과 겨울 한 두 달 정도 잡히는데,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 성체와는 달리 통째로 어린 오징어의 고소한 내장까지 먹을 수 있어 요즘 들어 인기가 좋습니다. 인기가 좋다는 건 총알 오징어 즉, 오징어 새끼를 미리 잡는 일로 오징어 개체수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총알 오징어의 남획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니 오징어 치어는 바다에 양보하는 것이 맞는 듯합니다.

오징어가 안 잡히고, 가격이 오르면 제일 불안한 곳이 짬뽕집입니다.  그래서,  많은 외식업체와 젓갈업체 등에서 훔볼트 오징어라는 대왕 오징어를 수입하여 쓰기도 합니다. 남아메리카에서 태평양 북동부로 흐르는 훔볼트 해류에서 서식하기에 훔볼트 오징어로 불리는데 짬뽕에 들어가 씹히는 맛이 일품인 두툼한 오징어라던가, 떡볶이 집에서 파는 오징어 튀김, 오징어젓에 쓰이는 오징어는 대부분 훔볼트 오징어를 사용합니다.



두족류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숫컷 오징어다리 촉완과 암컷 오징어의 누두(Siphon)라는 기관이 생식 역할을 한다.

단백질 덩어리인 오징어는 닭 가슴살만큼의 단백질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질기다고 벗겨 버리는 껍질에는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억제하고 피로회복에 좋다고 하니 껍질은 벗기지 말고 드시길.(박카스에 들어가 있는 타우린보다 오징어 한 마리에 들어 있는 타우린이 훨씬 많습니다.)


오징어는 암컷과 수컷이 다른 자웅 이체 동물로 일반적인 바닷속 생물들이 암컷이 알을 낳고 가면 수컷이 그 위에 정액을 산포 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 교미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총 10개인 오징어 다리 중 그 역할과 쓰임새가 유난히 긴 2개의 다리가 있는데 이것을 '촉완'이라 합니다.  수컷의 촉완은 오징어의 저정낭(위의 그림의 가운데 확장부분)이 붙어 있어, 암컷의 누두(Siphon)라고  하는 부분으로 들어가 오징어 암컷 체내의 난소에 정액을 산포 합니다.

누두는 앞에서 보면 뾰쪽 튀어나와 우리가 보기에는 입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누두(Siphon)는 물을 뿜기도 하고, 먹물을 뿜어내어 위장을 하는 역할도 하고, 헤엄 칠 때 물을 뿜어내는 제트 엔진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항문과 생식기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Pierre Dénys de Montfort(1766-1820)는 프랑스의 자연주의 학자로 거대 두족류에 관한 선구적인 연구를 시행하였다.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인 그리스, 이태리, 남프랑스 등은 오징어를 선호하여 식탁에 자주 등장하나, 대부분의 북유럽과 구미에서는 오징어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유럽에서는 특히 대왕 오징어나 대왕문어 등 큰 두족류에 공포감을 가지고 있어, 북유럽에서는 '크라켄(Kraken)'이라는 바다의 괴수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영화 캐러비언의 해적에서는 잭 스패로우가 가장 무서워하는 괴물 '크라켄'은 바다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징어와 문어는 두족류답게 해양 생물 중 머리가 좋기로 유명하여 바다의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인지 능력과 학습능력이 뛰어나 두뇌 활동량이 1~2세 유아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뉴질랜드 수족관에 '잉키'라는 문어는 수족관의 나사를 풀고 수족관을 탈출했다고 하며, 파울(Paul)은 독일의 유명한 축구 점쟁이 문어로 2010년 월드컵에서 축구 점으로 90% 이상의 정확도(?)를 뽐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남미에서 수입되는 훔볼트 오징어의 별명은  'Diablo rojo'(디아블로 로호, 붉은 악마)로 우리나라 월드컵 서포터스와 동명입니다. 성질이 대단히 사납고 일반 오징어와 달리 흡판을 따라 날카로운 이빨 같은 갈고리가 늘어서 한 번 먹이를 파고들면 놓치지 않는다고 하며 치악력은 포유류 중에서도 아주 높은 편에 속하는 하이에나보다 높습니다.

이렇게 머리도 좋고, 크기도 버스만 한 대왕 오징어가 출현하면 큰 공포감을  느꼈을 유럽인들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배우 기네스 팰트로우는 두족류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녀는 트위터에 "문어는 사람이 먹기에 너무 똑똑한 존재다. 비율 대비 뇌신경세포가 인간보다 더 많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난 너무 놀라 문어 먹는 걸 중단했다."라고 설명합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낙지 호롱'이나 '산낙지 탕탕'을 먹는 걸 보면 기절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면 우리가 먹는 가축들도 생각 외로 지능이 높은 동물들이 많으니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 지역, 진한 녹색이 시아파 지역이다.


자! 돌발 퀴즈입니다.

무슬림은 오징어를 먹을까요?  

'먹을 수도 있고, 안 먹을 수도 있다'가 정답입니다.

이슬람 문화에서 먹거리는 두 종류로 구분됩니다. 허용되는 음식인 '할랄푸드(Halal Food)'와 허용되지 않는 음식인 '하람 푸드(Halam Food)'로 말입니다. 할랄푸드는 코란에 나오는 이슬람식 도축법인 '다비하(Dhabihah)'식으로 도살한 짐승의 고기와 그 고기를 가지고 만든 음식 전반을 이야기하고 코란에 허용된 음식 전반을 이야기합니다.

할랄푸드가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고기는 털이 있어야 하며, 발굽이 있는 반추 동물로 송곳니가 있는 동물은 먹지 않습니다. 소, 양, 염소 등 정도밖에 육류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토끼는 귀여워서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굽이 없어서이고, 호랑이나 맹금류는 송곳니가 있어서 먹지 않으며 돼지는 털이 없어서 먹지 않습니다.  돼지고기는 무슬림들이 특히나 경계하는 음식으로 돼지고기를 조리하는 데 사용된 칼, 냄비 등 조리기구나 사용한 기구까지도 사용하면 안 될 정도로 그 기준을 맞추기가 까다롭습니다.

찰스 스펜서가 지은 'Gastrophysics'(미식 물리학, 우리나라에는 '왜 맛있을까?'로 출간되었다)에는 중동 사람들은 세계에서 비거세 수퇘지의 오줌 냄새에 가장 민감하고 역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중동에서 돼지가 인기 없는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돼지고기 자체를 싫어하는 중동 사람들의 미각적 취향도 많이 반영된다고 보여 집니다.

제가 호텔 주방에서 근무하던 시절, 사우디 아라비아 왕족 고객은 대동한 무슬림 요리사가 호텔 주방을 빌려 따로 조리할 정도였으니 할랄푸드에 대한 엄격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해산물은 비교적 할랄푸드에서 자유로운데, 대부분의 이슬람 지역에서는 깨끗한 바닷물에서 태어나고 자란 해산물들은 할랄푸드로 인정합니다. 오징어를 먹는 곳은  '수니파' 지역입니다.(위 지도 그림 참조)

'시아파' 지역은 '지느러미가 있고, 비늘이 있는 어종'만이 할랄푸드(Halal Food)로 국한되고 장어, 오징어, 문어 등은 '하람 푸드(Halam Food)'로 분리되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됩니다.

무슬림 중에서 오징어를 먹는 지역은 수니파 지역으로 북아프리카부터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까지 넓은 지역에 분포합니다. 무슬림의  90%의 인구 비율을 차지하는 수니파는 오징어를 먹고, 무슬림의 10%의 인구비율인 시아파는 오징어를 먹지 않습니다.

같은 이슬람 문화 지역이라도 먹거리에 대한 문화가 다릅니다.


음주문화도 역시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지역은 엄격하게 술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이란은 음주를 하다 적발되면 채찍 80대의 중형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터키와 이집트 등 일부 수니파 지역은 터키 맥주인 에페스 필스너(EFES Pilsner)가 중동지역을 대표하는 맥주로 자리 잡기도 합니다. 코란에서도 술을 마시지 말라는 항목은 없다고는 하나 전통적으로 음주는 이슬람 문화에서 금기되는 사항입니다.


이슬람 문화는 '수니'와 '시아'라는 이름으로 나뉘고 인구비와 성격을 구분할 수 있지만 이렇듯 먹는 음식만을 보아도 구분됩니다. 수니가 전 세계 대부분의 90% 인구비율에 온건파 지역이고, 시아는 이란 이라크 소수 지역과 아프가니스탄 일부 지역과 시리아 일부 지역 10% 인구비율의 지역입니다. 중동의 이해관계는 참으로 복잡합니다. 복잡한 걸로 치면 중동지역보다 유럽의 역사가 훨씬 복잡하지만,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 비하여 우리가 중동의 역사를 접할 기회가 적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태인들의 코셔푸드(Kosher food)는 소고기도 머리와 꼬리를 제외한 몸통 앞부분만을 코셔로 인정하고 뒷부분은 먹지 않는다.

할랄푸드만큼 엄격한 구분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코셔 푸드입니다.

유대인들이 먹는 코셔 푸드(Kosher food)의 사전적인 의미는 '정결한 음식'이라고 해석됩니다. 할랄푸드와 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비슷한 측면을 가집니다.

1. 돼지고기에 있어서는 할랄과 코셔 양측이 극단적으로  혐오한다.

2. 술은 이슬람식 할랄푸드에서는 금지되지만(수니파는 허락합니다), 코셔 푸드에서는 유대교인이 만든 와인만이 허락된다.(두 종교 모두 취하는 것까지는 허용이 안됩니다)

3. 해산물은 할랄푸드에서는 관대하지만, 코셔 푸드에서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생선과 조개류, 가재 등의 갑각류 등은 허락되지 않는다.

4. 코셔 푸드는 육류와 우유를 같이 소비하지 않는다.

5. 할랄푸드의 도살은 성인 이슬람 남성 신자는 누구나 허락되나, 코셔 푸드의 도살은 토라(Tora, 율법)의 허가를 받은 성인 남자인 유대교인만이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코셔 푸드가 할랄푸드보다 훨씬 더 엄격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식재료와 조리방법에 금기가 많다는 것은 요리에 창의력과 조리 기술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라 일반적으로 할랄푸드보다는 코셔 푸드가 더 맛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미국에서는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들에게 종교적인 식사를 준수하기 위해 이슬람이나 유대교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할랄푸드와 코셔 푸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지원금을 받는 할랄푸드나 코셔 푸드의 질이 높아 재소자들이 종교를 이슬람이나 유대교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합니다.(갑자기 군대 있을 때 초코파이를 먹기 위해 교회를 갔던 기억이 나는군요...)

질 좋은 코셔 푸드를 먹기 위해 유대교로 개종했던 재소자들이 영국 음식보다 더 맛이 없다는 평판을 지닌 코셔 푸드에 정이 떨어져 유대교에서 다시 이슬람교로 개종을 하는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 이야기한 코셔의 금기사항 4번의 '육류와 우유를 같이 소비하지 않는다'의 금기사항을 지키려면, 제빵류에 들어간 버터도 육류에 포함되어 우유와 빵을 같이 먹을 수 없게 됩니다.

음식을 섭취하는 순서에 조차 엄격한 제한을 두어 미각의 확장성을 떨어트리는 듯합니다.

피가 보이면 안 된다는 규율은 할랄푸드와 코셔 푸드가 같아 선짓국이나 순대 소시지도 금지 음식입니다. 초코파이에 들어간 마쉬멜로우 역시  돼지에서 추출된 젤라틴이 포함된 터라, 할랄과 코셔 푸드를 위한  수출용 초코파이가 있다고 합니다.


할랄푸드와 코셔 푸드... 참 까다로운 음식문화입니다.

하지만 할랄푸드와 코셔 푸드 시장의 확정성이 너무 커서 까다롭다고 방관만 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에 이슬람교 인구는 18억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먹고, 마시고, 바르는 모든 산업들에도 한류가 보급되어 있습니다. 2050년이 넘으면 지금의 기독교인보다 숫자가 더 많아질 거라고 하니 이렇게  부가가치가 큰 할랄푸드는 산업적으로도 매우 밝은 시장에 속합니다. 화장품도 예외이지 않아 할랄 인증 화장품이  Made in Korea를 붙이고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을 보면  또 다른 도전이라 하겠습니다. 한국 병원에 치료와 수술하러 온 이슬람인들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국내에도 할랄푸드 전문가들이 더 필요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채소와 나물류가 많은 채식 문화인 한식이 할랄푸드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지금, 이슬람 문화권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문화로 인식이 되어 제자들과 우리 젊은 셰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때로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발전하는 걸 보면, 우리가 친하지 않은 종교나 문화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사고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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