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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Feb 28. 2018

카레라이스와 인지(perception) 기억 광고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주말 저녁 카레라이스를 저녁식사로 합니다.
  
카레라이스는 제게 조금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 맛본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여름이 한창인 계절 지금의 여름과는 다른 유년시절의 여름은 더위가 그렇게 더운지 몰랐고, 등목 한번 하고 나면 시원 해지는 계절이었습니다. 

에어컨은 물론이고 선풍기도 귀한 시절이었지만 할머니의 부채질에 대청마루에 누워 시원하게 낮잠을 자곤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의 화창한 여름날, 방학이라 시골에 내려온 누나의 손을 잡고 교회를 처음 갔었습니다. 누나도 교회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누나 친구들이 초등부 선생님으로 있어 초등학생들과 재미있게 놀아준 기억이 납니다. 점심은 먹고 가라는 목사님 사모님 손에 이끌려 누이와 함께 묘한 향이 나는 식당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교회 성경학교에서 처음 맛본 카레라이스는 신세계와 같은 맛이었습니다. '


노란색 생생한 색감과 처음 맡아보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카레 향, 달콤 새콤하고 눅진한 이국적인 맛은 카레와 금방 사랑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카레라이스의 향은 늘 설레는 마음이 드는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제 유년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1809년 최초,  카레가 처음으로 영국의 커피하우스에서도 판매 되기 시작한다.

이 이국적인 맛을 처음 접한 유럽인들도 그렇게 느꼈겠지요

카레라이스의 역사는 대항해시대 이후 영국인들이 인도에 정착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도 카레의 역사는 영어권에서 curry(커리)라고 불리고, 인도의 소스를 의미하는 타밀어인 cari(카리)에서 유래됩니다. 인도는 향신료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향신료의 천국입니다.

'마살라(masala)'는 힌디어로 향신료를 칭하며, 커리는 가람 마살라(garam masala)라고 불리는 배합 향신료를 칭합니다. 

인도의 각 가정에는 그 집의 가람 마살라 배합비가 따로 있을 정도로 커리는 인도 식문화의 중심입니다. 가람 마살라는 몸을 덥힌다는 의미로 매운맛을 내는 배합 향신료를 의미합니다. 커리는 인도에서 파우더 형태로도 존재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우리나라의 된장이나 고추장처럼 페이스트(paste, 장)의 형태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커리를 요리 마지막 부분에 첨가하여 우리나라의 국물요리처럼 수분이 많아 로티(roti)라고 불리는 인도 빵을 찍어 먹거나 밥을 비벼먹습니다. 커리에 곁들이는 음식으로는 채소나 과일로 만든 쳐트니(chutney)와 견과류와 코코넛이 있습니다.

투메릭(tumeric)이라고 불리는 강황은 커리의 주 재료인데, 땅속뿌리채소로 노란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커리는 강황 뿌리를 수확하여 쪄서 말린 후, 가루 형태로 유통됩니다. 특유의 밝고 노란색 덕분에 향신료로서의 역할도 하였지만, 인도에서는 승려의 황금색 승복의 염료의 역할도 담당했었습니다.


인도인들은 카스트 제도에서 본인보다 상위에 있거나 같은 계급의 사람들이 요리한 음식을 먹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불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인도 식당을 하는 선배가 인도인 요리사들과 일하기가 힘들다고 하여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한 인도인 요리사가 고기를 잡거나 처리하는 것은 '수드라'(인도 카스트 제도중 하위계층)가 하는 일이라 본인은 못한다고 하여 사장님인 선배가 고기는 손질한다는 에피소드로 술자리에서 카스트제도 이야기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1498년 포르투갈의 바스코다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착합니다. 그 시절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향신료인 후추와 정향, 카다몸 등을 유럽으로 가져옵니다. 이후 바다의 패권은 포르투갈을 거쳐 스페인, 영국으로 돌아가면서 카레는 영국의 식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기업들은 인도에서 'The empress' 최초의 향신료 커리를 제조 기업을 세우고 런던의 주부들 뿐만 아니라 당시 영국의 식민지 국가에 카레 무역을 시작합니다. 

영국은 1833년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노예제 폐지에 동참합니다. 식민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영국은 노예제 폐지로 초래된 노동력 부족이 문제로 제기됩니다. 값싼 임금의 인도인들이 영국의 해결책이 되었습니다. 이후 80년간 150만 명에 이르는 인도인들은 북아프리카와 카리브해의 고무나무 농장과 식민지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일합니다. 그시기 인도인들은 임금과 함께 그들의 먹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커리와 쌀, 렌틸콩(Lentil, 우리나라의 녹두와 비슷하다)등을 보급받기로 합니다. 이후 커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국적인 향신료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스튜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브라운 루가 아닌 인도의 복합 향신료 '가람 마살라'를 이용하여 카레 스튜를 만들어 먹기 시작합니다. 영국식으로 달콤 상큼하게 꿀도 가미하고 사과도 가미합니다 
당시 선진 항해 기술을 배우러 간 일본 해군이 카레 스튜를 아시안스럽게 밥에 부어 먹기 시작하면서 카레라이스로 발전합니다. 지금은 해군이 아닌, 일본 해상 자위대가 금요일 저녁마다 카레라이스를 먹는 것이 전통으로 발전합니다. 바다에 나가 있으면 날짜 개념이 없어 '카레라이스가 나오는 날은 금요일'이라고 인지를 하도록 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40년대에 전해지고, 1968년 분말카레인 '오뚜X 카레'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전국적으로 보급됩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요일 인지(perception)' 기능과 함께 보급된 것이지요.
  
제가 세대를 나누는 기준 중에 한 가지 예가 있습니다.
광고 문구 중에 '일요일은 오뚜X 카레' 생각나면 베이비부머 세대이고, 일요일에 '내가 짜~파게X 요리사'가 생각나면 X세대입니다.
우리 집은 언제부터인지 '주말 즈음이면 오뚜X 카레'를 먹는 날이라고 인지를 당해 왔습니다. 광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워즈 버네이즈(Edward Bernays) 이후의 광고는 참 무섭습니다.

간편하고 쉬운 조리법과 대량생산과 급식이 유리한 탓에 단체급식 메뉴에서는 빠질 수 없는 메뉴이고, 우리나라에도 인기가 많은 음식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주일에 한 번은 먹을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카레라이스 만들 때 토마토소스와 레드와인을 가미합니다

레드와인과 토마토소스를 넣으면 색이 진해지고풍미가 좋아집니다

그리고 강황(tumeric) 맛이 강한 우리나라 카레에 큐민 파우더(cumin powder) 조금 더 가미합니다.

비싼 일본 고형 카레를 사는 것보다 더 맛있고 고급스러운 맛이 납니다.


뱃살이 조금 늘어 다이어트한다고 밥을 조금 펐는데...

결국은 야식으로 달걀 샐러드와 치즈 크래커를 먹습니다.
요즈음 우리 집 드라마 1등 '미스티'를 보면서 와인도 한잔 마십니다.

'고혜란 앵커'는 언제까지 시련이 계속될지 지켜보고 있는데, 참 측은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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