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키너 Sep 30. 2018

바닷가재 먹기 싫어요!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일기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 감독 영화 광팬으로 항상 그의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되면 찾아보는 편입니다.

올해 나이 83세의 노장 감독이여서 매번 그의 신작 영화가 나오면 이번이 마지막 영화가 아닐까 하며 예매를 합니다. 노감독이지만 여전히 해학과 위트 넘치는 영화를  만드는 그를 볼때마다 이번 영화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1977년 영화 '애니 홀'에서 우디 앨런과 다이안 키튼이 바닷가재를 유난법석을 떨며 요리하는 장면은 저의 수업 동영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무서워하는 두 주인공이 주방을 난장판을 만들며 재미있어하는 장면은 바닷가재 조리수업에서 '저렇게 요리하면 안 된다'의 동영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바다의 바퀴벌레'라는 별명을 가진 바닷가재를 무서워하는 여학생들 있어  가끔 조리 실습실이 영화 '애니 홀'이나 '줄리앤 줄리아'의 끔찍한 바닷가재 요리의 한 장면이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유학시절 해산물 식당에서 바닷가재 요리들을 원 없이 조리해본 경험이 있어 특히나 바닷가재 요리는 친숙합니다.

하지만 2kg 이상 나가는 팔뚝만한 힘 좋은 바닷가재들을 조리할 때는 목장갑과 고무장갑을 제대로 착용해야 하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을 베기가 십상이어서 특별히 안전에 신경 쓴 기억이 납니다.

바닷가재를 수족관에서 꺼내면 녀석들이 허리를 꿈틀꿈틀 하는 힘이 장난이 아닌데 이때는 안전장비를 잘 착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요즘에는 냉동 바닷가재도 수입이 많이 되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도살하고 반으로 가르는 과정들의 번거로움이 생략되기도 합니다. 대형마트의 미끼 상품인 냉동 바닷가재의 세일 가격이 고등어만큼 착한지라 냉큼 한 덩어리 집어 들고 화이트 와인 한 병과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Still Life With A Basket Of Fruit, 1635년, Frans Snyders

바닷가재는 로마시대부터 요리법이 전해 내려오며, 영국 해안가 지방의 식재료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럽인들에게는 지중해와 북유럽의 해안가의 마을에서잡히는 해산물로 르네상스 시대의 플랑드르 화파의 정물화에서도 보이는 귀하지만 친숙한 식재료입니다.

현대 가재요리는 최고급 요리로 인식되며, 가장 비싼 수산 단백질군의 상위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귀한 대접을 받던 바닷가재는 식민지 시절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운명이 바뀝니다.

유럽인들이 초기 미국에 정착하던 시절, 메인주의 바닷가재는 천적이 없는 조건으로 생산량이 넘쳐나 당시 북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바닷가재를 구워 먹는 음식의 역할뿐만아니라 물고기 미끼, 농작물의 비료로 사용할 정도였습니다.

너무나도 풍부한 미국 동부의 바닷가재는 초기 미국 식민지 정착민들에게는 그리 인기 있는 식재료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물에 삶거나 찌기 직전의 바닷가재의 색깔과 모양은 미각적 선호도를 자극하기에는 역효과를 일으킵니다. 검푸른 파란색의 절지류 거미처럼 생긴 모양은 '바다의 바퀴벌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습니다. Lobster의 어원인 Loppe는 영어의 고어인 '거미'를 뜻합니다.

특히 미국 식민지 시절 바닷가재는 풍부한 생산량과 너무나 싼 가격으로 인해 노예들의 식량으로, 또한 독립 전쟁 때는 영국 군인 포로 수감자를 위한 식량자원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랍스터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닭'정도의 역할과 '돼지의 사료'로써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 시기의 랍스터를 먹는 행위는 빈곤의 상징이었습니다.

메사추세츠주의 노동 계약서에는 '일주일에 3번 이상 랍스터를 배식으로 주지 않는다'가 명기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1891년 미국 바다가재 통조림 홍보 포스터

하지만 180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다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미국내륙에서는 바닷가재가 생소하기도하거니와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랍스터 통조림'이라는 새로운 식품으로 등장하며 바닷가재는 새로운 유행을 일으킵니다.

1870년대 미국의 23개의 통조림 공장에서 년간 200만 개의 통조림들이 생산됩니다. 미국 내륙의 새로운 해산물 단백질 공급원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의 철도가 속속들이 개통되고, 미국 동부의 새로운 식사 메뉴로 바닷가재가 등장합니다. 기차여행에서 바닷가재 통조림은 인기 있는 메뉴였고, 부유한 사람들은 동부에 도달하여 랍스터를 깡통이 아닌 정식 메뉴로 즐기기 시작합니다. 냉동 운송 기술의 발달에 따라 랍스터는 시카고와 세인트 루이스 등 미국 내륙까지 진출합니다.

통조림과 고급 해산물 메뉴로서의 시장과 공급의 확대는 소비를 촉진하게 되고 더 많은 바닷가재가 소비되면서 가격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랍스터의 가격은 점점 상승하여 세계 제1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고급 음식의 반열에 올라 오페라를 관람한 후 먹는 서퍼(supper, 늦은 저녁 정찬)의 위치에 오릅니다.

하지만 다시 대공황 시절이 오자 바닷가재의 소비는 극도로 줄어들고, 그에 따라 다시 공급이 넘쳐나는 바닷가재는 다시 가난한 자들의 음식으로 추락합니다.


당시 바닷가재 생산지인 미국 메인주에는 바닷가재로 샌드위치를 싸가는 것이 가난함의 노출되는 일이어서 아이들은 싫어어했을듯 합니다. 


"바닷가재 먹기 싫어요!"


그리곤  2차 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은 넘쳐나는 랍스터 통조림으로 만들어 유럽과 동맹국에 보내기 시작합니다. 유럽에서는 바닷가재는 고급 음식이라 환영받았고, 미국에서는 고기 소비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해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전쟁 중에는 유리하여 바닷가재를 소비하는 것이 애국심이라고 홍보하며 소비를 촉진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바닷가재는 고급 요리로서의 위치를 다시 탈환합니다. 영화배우들과 록 펠러 등 사회인사들이 고급 요리로써 바닷가재를 소비하자, 유행을 타게 되고 소비가 촉진되자 다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되기 시작합니다.


바닷가재가 고급 요리가 되기까지는 물류의 발달과 식품의 산업화, 수요 공급의 법칙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동부의 바닷가재는 유명한데, 미국 동부 메인주(Main state) 바닷가재 산업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   개구리왕눈이(1982년)의 투투와 가재

가재라는 생물을 처음 인지한것은 초등학교때 개구리 왕눈이에서 나오는 못된 민물가재가 처음이었고, 너무 비호감인 캐릭터로 기억됩니다. 가끔 꿈에도 등장해 저와 친구들을 괴롭히기도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바닷가재는 특이한 신체구조(치아가 위장에 있다던가 머리에 신장이 달려있다던가 등등)로 우리가 알고 있는 해산물과는 구조가 다릅니다.     

단단한 탄산칼슘으로 된 깝질을 가진 외골격 생물, 절지동물 문  갑각류에 속하는 수산물로서 사실 모양으로만 보아서는 익히기 전에는 먹음직스럽다거나 입맛이 돌지는 않습니다.      

개체수가 많아지면 서로를 죽이는 행위인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동족식인)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바닷가재가 많은 수족관이나 어항에서는 바닷가재의 집게발을 고무줄로 묶어 놓습니다.







갑각류의 신경계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음식의 경우 우리가 주방에서 도살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육류는 도살된 후 부분육으로 마트에서 사 오거나, 해산물 역시 깨끗하게 정리되어 냉동상태로 주방 냉장고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포장 처리된 재료와 달리 살아있는 바닷가재는 주방에서 꿈틀꿈틀 기어 다니기도 하거니와, 집어 들 경우 힘 좋은 허리를 꿈틀거림으로 인하여 처음 바닷가재를 요리하는 사람들을 놀래 키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바닷가재의 손질방법은 일단 머리를 칼로 쪼개어 뇌사를 시키고, 끓는 물에 집어넣어 살을 익혀야 하는데, 절지동물의 특성상 뇌사와 상관없이 각각의 독립된 신경절에서 꿈틀거림이 있어 살아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이런 논란들 때문에 바닷가재를 죽이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혹은 고통 없이 바닷가재를 죽이는 방법, 또는 인도주의적으로 가재를 죽이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되었든 바닷가재 입장에서는 본인이 죽는 방법이라 반길만한 기사는 아닌 듯합니다.

갑각류는 '신경계가 존재하나 대뇌피질이 없어 고통을 못 느낀다'부터 갑각류는 산채로 끓는 물에 넣으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까지 여러 가지 가설이 난무합니다.


일반적으로 바닷가재는 요리 전에 눈과 눈 사이를 칼집을 넣고 뇌사를 시킨 후 조리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래도 꿈틀대기는 합니다.) 아니면 바닷가재를 냉동실에 30분간 넣어두어 동사를 시키면 되는데, 얼어 죽으나 뇌사당하나 당하는 입장에서는 똑같으니 편한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바닷가재를 먹고 나서 수원 지동시장 도넛 집에서 사 온 단팥 도넛을 디저트로 먹습니다.

한번 방문하여 10개 정도 여러종류의 도넛을 구매합니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식사 전에 실온에 꺼내 놓고, 식사 마칠 무렵 해동된 상태에서 마이크로 웨이브에 10초만 돌리면 다시 따끈한 상태로 먹을 수 있습니다.


시장 도넛은 프랜차이즈 도넛과 비교하여 가격도 싸지만, 어릴 때부터 먹어왔던 추억과 같은 정서가 재료로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한 입 먹다 보면 어릴 적 엄마와의 시장에서의 추억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합니다.


지금은 제가 가재들을 괴롭히는 입장이라, 꿈에 개구리 왕눈이 가재 아저씨를 만나면 미안해 할지도 모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극과 열정의 단어 '디저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