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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키너 Oct 21. 2018

찐빵, 구운 빵, 튀긴 빵

조리학과 신교수의 식탁 일기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감기약 광고 기억하시나요?


환절기에는 꼭 계절 앓이를 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보니 찬바람이 쌀쌀해지는 요즈음 살짝 몸살 기운이 오릅니다.

오늘 같은 날은 깨끗이 목욕하고, 온수매트의 온도를 후끈하게 올려서 따끈하게 푹 자면 낫는다는 것을 오랫동안 계절 앓이의 경험을 통해 배워 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집사람이 따끈한 호빵과 함께 생강차를 내 옵니다. 올해 처음 보는 호빵이라 반갑기도 하고 생강차와 호빵의 조합을 참 좋아하는지라 '오 좋으다! 고맙다!'며 집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어릴 적 계절 앓이를 할 때면 '판피린' 반 병과 시장 찐빵을 와 따끈하게 생강차와 함께 먹여주시고, 제 이마를 쓸어 넘겨주시던 외할머니 손길... 그렇게 할머니의 품에서 한잠 자고 나면 몸살이 바로 나아지던 따뜻한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누군가에게 간호를 받고 염려를 받는 것이 참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랑이란 한 사람을 열렬히 열망하는 것보다는 편히 쉴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따듯한 빵과 차, 그리고 따뜻한 품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Female baker taking bread from the oven. 기원전 5세기 르브르 박물관


빵은 밥과 더불어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입니다.


동양에서의 식구(食口)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영 companion(동반자, 친구)의 어원은 '빵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고 하니 '주식을 같이 먹는 마음은 가족과 같다'를 뜻하는 듯합니다.


유럽 문화에서는 밀을 주식으로 그리고 동아시아에서는 쌀을 주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의 장점은 쌀보다 가루로 내기가 쉬우며, 이 밀가루를 물과 섞으면 밀가루에 함유된 밀 단백질인 '글루텐'을 이용하면 쉽게 점성이 있는 밀가루 반죽을 만들 수 있고 이를 발효시켜 구워내면 빵이 됩니다.

또한,  휴대가 좋아 활동성이 용이하고 분함량이  밥보다 낮아 유통기간이 길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밀은 쌀과 함께 유럽과 동양을 나누는 식문화의 기점이지만 현대에는 빵의 위상이 날로 높아져 많은 이들이 빵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햄버거와 샌드위치, 핫도그, 도넛 프랜차이즈들은 우리나라의  밀의 문화로 이끌고 있습니다. 2015년 한 대형 마트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많이 팔린 품목 중 빵은 10위, 쌀은 15위 현대의 우리는 밥보다 빵을 더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조리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찜기가 발달한 아시아에서는 빵을 쪄서 찐빵으로 먹었습니다. 오븐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빵을 구워 식빵과 바게트로 먹었으며, 특히 날씨가 추운 북유럽에서는 돼지 지방에 빵 반죽을 튀겨 열량이 높은 도넛 형태와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패스트리형태의 빵을 선호했습니다.  



아시아의 빵의 역사는 만두의 역사와 같은데 밀가루 반죽을 이용하여 대나무 찜기에 쪄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찐빵'이 됩니다. 초기의 찐빵은 우리가 아는 만두(만터우)로 밀가루 반죽을 대나무 찜기나 시루에 쪄서 먹었습니다.

원나라 때 이르러 찐빵인 만두는 화권(花捲)으로 발전하고 중국식 볶음 음식에 같이 곁들여 먹는 빵으로 발전합니다.

중국에서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만터우와 화권이 찐빵으로서의 위치를 지킵니다.


우리가 아는 팥이 들어간 찐빵일본에서 유래 되었는데, 원나라 때 일본에서 중국으로 유학을 갔던 승려와 함께 귀국한 '임정인'이라는 중국인이 절에서 만두를 팔기 시작하면서 라고 전해 집니다.

우리나라에도 만두는 전래되어 '쌍화점'으로 알려진 포자 만두로 전해지지만, 육식이 금지되던 일본에서는 육류 대신에 팥소가 들어가면서 만두가 아닌 '앙망(あんまん)'으로 불리는 팥소가 들어간 찐빵으로 발전합니다.  팥소가 들어간 일본식 팥 만두 앙망은 일왕에게도 알려져 일왕이 맛보고는 감격하여 임정인이 중국으로 가지 못하도록 궁녀를 하사하여 장가를 가도록 도와주었으며 그후로 임정인은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좋은 기술을 가지면 어느 나라에서도 기술인 대접을 받는 듯합니다.'


임정인은 지금도 일본의 화과자 이야기가 나오면 화과자의 시조로 추앙받습니다.


이 일본식 찐빵인 앙망은 일제시대가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게 되고 임오군란 이후 들어온 중국 만두 상인들 만두집에서 반죽이 같은 바오즈(포자만두)와 앙망(단판 찐빵)을 만들게 되고 이후,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만두와 찐빵을 같이 팔게 됩니다.

그리고 1971년 유명한 삼립호빵도 출시되어 오늘날까지 겨울철 인기 상품으로 팔리게 됩니다.



나무가 풍부한 유럽은 오븐을 개발하고 밀가루를 반죽, 발효시켜 오븐에 굽는 '빵 굽기(Baking)' 문화를 통하여 '구운 빵'발전시킵니다. 오븐을 통하여 빵뿐만 아니라 고기를 굽거나 미트로프 등의 가공육류 조리 기술도 함께 발전하게 됩니다.

로마시대부터  굽는 기술이 발전하여 서울 시내에 파리바게트만큼 많은 빵집이 상업화되어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하니 제빵의 역사를 가늠할수 있게 합니다.


유럽의 빵은 석조 오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풍부한 화력으로 발효가 잘 된 큰 빵을 구울 수 있는 뜨거운 온도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 돌로 만든 오븐 덕분에 유럽인들은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인간이 가장 선호하는 미각적 식감을 얻어내는 '맛있는 탄수화물 덩어리'인 빵을 만들어 냅니다.  

이 고온 오븐 기구와 기술을 통하여 바게트 등 다양한 모양의 빵도 생산하고, 식빵과 같이 빵틀 안에서 빵을 굽는 기술을 도입하여 산업 혁명 이후에는 '공장형 빵(baked bread in factory)'을 생산하기에 이릅니다.  



왼쪽은 loaf bread 오른쪽은 Pullman loaf

빵틀 안에서 구워진 토스트를 해 먹는 네모난 모양의 '식빵(Loaf bread)'은 미국인들의 아침 식사가 됩니다. 일반적인 식빵은 빵 뚜껑이 없이 구워져 빵의 윗부분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릅니다. 토스트용으로는 상관없지만, 샌드위치용으로는 네모 반듯한 모양이 표준화와 포장관리에도 좋습니다.

이에 철도 회사인 풀먼 컴퍼니(Pullman company)는 식빵 틀에 뚜껑을 덮어서 구운 네모 반듯한  '풀먼-식빵(Pullman-loaf)'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샌드위치식빵니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빵은 로프(loaf)라고 표현하고, 햄버거나 핫도그 등을 쌓는 동그란 형태의 크지 않은 빵은 번(Bun)이라고 불립니다.  

샌드위치용으로 쓰이는 납작한 종류의 빵들 이탈리아의 포카시아(Focaccia), 치아바타(ciabatta) 그리고 인도의 난(Naan), 그리스의 피타 브래드(pita bread)등은 플랫 브래드(flat bread)로 불립니다.

버터와 설탕이 많이 들어간 우리가 아는 크로와상(Croissant)이나 시나몬롤(cinamon roll)등은 데니쉬 패스트리(Danish pastry)로  빵(bread)과는 다른 분류에 속합니다.




미국에 이민 온 네덜란드인들이 만들어 유행시켰다는 도넛(dough nut)은 '튀긴 빵'으로 돼지기름에 밀가루 반죽을 튀겨 먹는 방식(Deep-Frying)으로 빵의 새로운 조리 기술을 도입됩니다.

일반적으로 도넛은 튀긴 빵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언제부터 구멍이 뚫렸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끓임이 없습니다. 설도 많고 연구도 많이 이루어져 있지만, 설화 수준의 이야깃거리들이 난무합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유명한 설화부터 나열해 보겠습니다.   


1. 무라카미 하루키가 주장한 1847년 도넛 가게 수습생인 핸슨 그레고리가 도넛을 튀길 때 열효율을 위해서 구멍을 뚫었다는 설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나옵니다.

(저도 대학 때 이 수필을 읽고 그렇게 믿어 왔습니다...)

2. 19세기 중반 엘리자베스 그레고리라는 항해사의 어머니가 아들 핸슨을 위하여 구멍 뚫린 도넛을 만들어 항해사인 아들이 항해용 키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항해용 키에 도넛을 끼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미국 메인주 락포트에는 도넛의 구멍에 대한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도 있다고 합니다.)

3. 그 이외에도 도넛 반죽에 화살 쏘기 내기를 하다가 구멍 난 반죽을 튀겼다는 둥, 미국의 초기 정착 네덜란드인들이 구멍을 뚫었다는 등의 설화 전해져 옵니다.


하지만 구멍 뚫린 최초의 도넛 레시피가 실린 요리책이 1803년 발간된 기록이 최근 발견되어 모든 설화들이 최초의 도넛 구멍은 아니라고 판결이 납니다.


누가 구멍을 뚫었든 참으로 맛있는 튀긴 빵인 '도넛'을 만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호빵을 먹으며 어릴 적 시장에서의 찐빵도 생각나고, 중고등학교 시절  빵집 이름 중 가장 많았던 '독일 빵집'도  생각납니다. 그 시절 빵집 이름 중 둘에 하나는 독일빵집이나 독일 제과점이었던 걸로 생각됩니다.

독일 빵집과 독일 제과점이 헷갈려 약속 장소도 엇갈린 기억이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유럽식 빵을 최초로 소개한 사람이 독일 손탁 여사였다고 하고, 1980년대 초반 프랜차이즈 호텔이 많이 생기던 시절 많은 수의 독일인 요리사와 제빵사들이 호텔에 근무하기술을 전수하면서 독일 빵집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독일 빵집' 대신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대세라서, 해외에서 유학하고 온 후배들 제과 제빵 관련 졸업생들도 많지만 독립 빵집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냉동생지를 받아 어디에서도 표준 이상의 빵맛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빵집도 좋지만, 본인이 만든 효모로 천연효모 빵을 만드는 윈도 베이커리들도 승승장구하길 하는 바람입니다.


'다양성은 좋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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