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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라리 Jul 31. 2020

5. 번지점프를 하다, 퀸스타운 Queenstown


남이 뛸 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네. 다리 위에 살짝 올라가 본다. 괜찮네. 문제없겠어. 43m 뭐 별거 아니네. 근데 거기요 몸무게를 너무 크게 제 손등에 적는 거 아닙니꽈? 내 앞에 선 그녀는 본인 비디오 촬영을 해 줄 친구를 애타게 찾다가 자꾸 시간을 지체하다가 안내요원한테 한 소리 크게 듣고 뛰려는데 무섭다고 결국 주저앉았다. 도전 실패.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 줄 수 없다. 나중에 빈 시간이 있으면 그때 다시 시도해야 된다고. 아... 여유 부리면 안 되겠구나. 카운트 세면 바로 뛰어야겠구나. 꽁꽁 내 발목을 싸맨다. 어기적어기적 앞으로 나가본다. 오 바람이 분다. 아까 본 43m와 다른 43m이다. 이쪽 저쪽의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든다. 괜찮은 척. 하나도 안 무서운 척. 처음이 아닌 척. Three, Two, One. Bungy~ 뛴다 뛰었다. 한 번에 성공했다. 몸이 천천히 앞으로 기울어지다가 발이 떨어지고 내 몸뚱이 전체가 내던져졌다. 그 아주 짧은 시간이 너무 짜릿했다. 호주에서 했던 스카이다이빙의 경우 내 의지가 아닌 내 뒤에 있는 강사가 뛰면 뛰어지는 매우 수동적인 액티비티여서 덜 무서웠는데 번지점프는 본인 의지도 뛰어내리는 것이기에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와 익스트림이 이런 거지. 무섭더라. 그 시간이 너무 짧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가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고 정신이 번쩍 들 때 눈을 떴다. 반동에 의해 몸이 다시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가 무섭더라. 내 몸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놀이기구는 정해진 경로라도 있지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기분.

보트를 탄 안전요원이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나를 구해준다. 보트 바닥에 누우니 내가 번지점프를 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아래에서 언니의 번지를 지켜본다. 다행히 그녀도 한 번에 성공을 했다. 나처럼 소리를 지르고 신나했다. 하고 나니 왜 하는지 알겠다고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뭐라고? 무서워서 할까 말까 엄청 고민한 거 내가 설득한 거 아니었니? 번지점프 티셔츠를 공짜로 받는다. 재질이 아주 좋다. 잠옷이 되어 버린 이 옷을 입고 포스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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