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라리 Aug 07. 2020

6. 동티모르 : 욕을 배웠어야 했다

동티모르 여행은 현지인의 도움 없이는 할 수가 없다. 버스 시간표는 없다. 버스가 채워지면 출발한다. 아침에 출발하는 것이 오래 기다리지 않는 팁. 그래도 딜리가 수도, 바우카우가 제2의 도시여서 딜리-바우카우 구간은 버스가 많은 편이다. 버스가 출발을 안 한다. 사과 사라, 마스크 사라 버스까지 들어와서 호객행위를 한다. 아! 비포장도로를 달리므로 흙먼지가 심하다. 버스는 문과 충문을 활짝 열고 다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하는 것이 좋다. 정말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때까지 기다린다. 동티모르의 여행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새끼 돼지도 물소떼도 보고 쓰레기가 쌓인 바다도 지나가고.

대부분의 숙소는 올드타운에 위치하나 터미널은 뉴타운에 있다. 딜리 출발의 경우 올드타운을 지나 터미널로 가기 때문에 운전사에게 말하면 올드타운에서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바우카우에서 출발할 경우 미끄로넷을 타고 뉴타운에 있는 터미널로 가야 한다.

딜리 숙소에서 아침 8시에 출발했는데 바우카우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새로운 도시 구경은 좋지만 다시 그 길을 돌아갈 생각에 벌써 한숨이.

딜리로 돌아가는 날 와 인생 빡침을 경험했다. 올드타운에서 뉴타운까지는 절대 걸어갈 수 없는 거리. 미끄로넷을 타고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호객 행위가 거세다. 아주 거칠다. 딜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차량 상태 및 승객수를 확인하고 다른 차량을 살펴보려고 이동하니 아주 벌떼같이 몰려들어서 팔을 잡아당기고 우리 가방을 가져가려고 한다. 'Wait! Stop! Don't touch me!'를 외쳐봐도 소용이 없다. 진짜 말 그대로 혼돈의 카오스. 우리는 너무 화나서 붉으락푸르락인데 웃고 있어. 마치 이게 다 장난이라는 듯. 아 더 열받아. 그 상황에서 언니가 딜리에서 탄 버스기사를 알아봤다. 그분을 따라갔다. 그래도 한번 본 사람이 낫지 않겠는가. 우린 그 드라이버에게 저것들이 내 모자 가져갔다고 일렀더니 찾아 주셨다. 그렇게 힘들게 버스에 올라서니 이미 탑승한 승객들이 우릴 보며 까르륵 웃는다. 어서 와? 이런 경험은 처음이지? 우린 일상인데 당황한 너희의 얼굴이 재미있는걸?이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에 할 말이 없었음. 자리에 앉으니 아까 저것들한테 욕을 시원하게 못한 게 한이다. 다시 궁둥이가 아픈 고행길.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아파 드라이버에서 볼룸 좀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선곡은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6. 동티모르 : 아타우로 섬 다이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