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흔한 이름 '보라' 한때는 나의 콤플렉스. 초등학교 때 반에 이보라, 김보라, 전보라가 있었다. 선생님이 '보라'라고 불렀을 때 우리 세명 모두 일어났다. 까르르까르르 웃음바다의 교실 현장에서 우리 셋만 못 웃었다. 그때부터인가 개명이 하고 싶더라. 그런데 최애 아이돌 덕분에 '보라보라'를 알게 되었다. 뭐 이런 비현실적인 천국이 있지? 나의 허니문 플레이스는 보라보라였는데 그걸 언니랑 왔네. 우리의 신혼여행도 이보다 화려할 수는 없을 거야.
타히티 택시 정류장에는 무료 공중 전화기가 있다. 택시 기사한테 연락이 가는데 15분 뒤에 온다고 한다. 어라? 시간이 얼마 없는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타히티 국내선 공항은 생각보다 너무너무 작아서 체크인 카운터가 두 개인데 그것마저 너무 한산하다. 10:20 비행인데 보딩을 10분 전에 한다.
검색대 직원이 여권에 적힌 나의 이름을 확인하고 깜짝 놀란다. 한국에선 흔하디흔한 이름이 이곳에서는 매우 특별한 이름이 된다. '보라'가 '보라보라'에 가는구나. 보라보라 가는 길에 양쪽에서 각 2개의 섬을 볼 수 있는데 보라보라가 보고 싶다면 오른쪽에 앉을 것. 드디어 보라보라에 도착. 첫사랑 만나는 것 마냥 왜 이렇게 설레는 거냐고.
공항 앞 바다가 뭐 이렇게 예뻐. 좀 지나치지 않니? 아니 무슨 끝판왕이 초반부터 나오냐고. 대체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는 얼마나 예쁘려고. 보라보라 공항에는 리조트 별로 카운터가 있고 진짜 꽃목걸이를 걸어주더라. 나님 환대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공항에서 리조트나 호텔 등 숙소 이동 방법은 하나. 숙박업소의 전용 보트를 이용할 것. 숙박비가 겁나 비싼데. 비수기라 해도 너무 비쌌는데. 아니 리조트 가는 왕복 보트는 무료여야 하는 거 아니냐!!! 1명당 12만 원이면 너무 비싸잖아!!! 내가 왜 보라보라에 꽂혀가지고 내 통장 생각을 못 하고.
보트 타고 40여 분을 달려 리조트에 도착. 보트는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관광하는 기분이었어. 보트에서 내리는 순간 시작되는 작은 연주회. 기타를 쳐주고 노래를 불러 준다. 향이 좋은 웰컴 손수건에 과일 주스까지. 아 돈의 단맛이여. 내가 이런 호사를 누리려고 돈 지랄을 했구나. 오호라. 이것이 수상 방갈로. 오픈 워터 벙갈로. 그중 가장 바다 앞에 있는 저 수상 방갈로가 우리가 4박을 보내게 될 곳이란 말이지. 바다를 향해 있는 엄청 큰 창문에 감격. 숙소 사진을 이렇게 열정적이게 찍어보기는 처음이네. 산호초가 많이 없어서 스노클링 포인트로는 무레아에 비해 별로이다. 다만 방갈로에서 바로 바다로 향할 수 있는 계단이 있고 수심은 깊지만 가오리들이 많이 보인다. 미니 냉장고에 있는 음료는 무료이다. 매일매일 채워준다. 언니는 맥주를 나는 주스를 마시며 노을을 바라본다. 방갈로에서 노을을 보는 그 즐거움이란. 돈은 좋은 건 줄 만 알았는데 엄청 좋은 것이었다.
'Bora is in Bora B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