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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라리 Jul 21. 2020

3. 지상 낙원 돈으로 사다,보라보라 Bora Bora


동지여, 준비되었는가.

조식을 맞이하는 전투적인 자세. 점심까지도 배가 부를 생각으로 위에 음식은 집어넣습니다.

반찬 중에 김치가 제일 맛있었네. 김치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네. 폭립이 맛있었습니다. 디톡스 주스가 효과는 좋더라고요.

식사 후에 우리는 방에서 휴식 시간을 갖고 카약킹을 하러 나갔다. 카약과 스노클링 장비는 리조트에서 무료로 대여를 해줍니다. 파도가 불어서 원하는 방향대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물색이 햇빛에 따라 바닷속의 산호초의 여부에 따라 색이 급변하는데 너무 아름다운 거지 말입니다.

호텔 수영장에서 구름 구경을 하다가 포켓볼을 치는데 둘 다 너무 못 쳐서 스릴 만점이더라고요.

장기간 여행에 웬 멜빵 치마냐고 구박을 했더니 보라보라를 위해 특별히 챙겨왔다고 꾸역꾸역 입습니다.

여기는 우기 시즌인데 말이죠. 여행지에 대한 공부가 전혀 없이 가방을 싸는 저의 피보호자 이야기입니다.

노을 맛집. 어제와는 또 다른 노을 색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 고민도 없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냥 여기서는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일출과 일몰 보고 하루에 한 번 바닷가에 들어가기 이 정도만 하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엄마한테 짜증도 냈습니다. 자꾸 가방을 사 오라고 하잖아요.

매일 저녁마다 주전부리를 나눠 줍니다. 어제는 초콜릿 오늘은 마카롱 내일은 뭘 주실까?

작디작은 마카롱 하나에도 행복함을 느끼는데. 여행이 좋은 건 행복한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 행복한 일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보고 싶은 연예인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베푸는 것 좋아하는 부자를 만나 호사를 누리는 것도 아니고 방갈로에서 쉬는데 돌고래 떼가 장관을 이루는 건 볼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슈퍼마켓에서 고른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거나 이브닝 서비스로 나오는 마카롱 하나를 더 받았다거나 노을 색이 보라색이었다거나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무사히 숙소로 찾아갔다거나 뭐 그런 사소한 것들.

이 사소한 행복감을 잊지 말고 고단한 현실에서도 가끔은 들여다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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