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敵)의 적(敵)은
함께 걷는 동지가 아니라
같은 비를 피하는
타인일 뿐
같은 적(敵)을 가졌다는 이유로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에라, 모르겠다.
니 맘대로 해라!
일을 하다 보면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결'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일의 우선순위나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 방법, 그리고 책임을 대하는 태도나 소통 방식 등과 같은 일의 기준과 방향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 A는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하지만, B는 왼쪽이 더 낫다고 믿는다. A가 일을 1-2-3-4의 순서로 풀어가려 한다면, B는 4-3-2-1로 거꾸로 접근한다. 이런 차이가 반복되면 작은 일에도 트러블이 쌓이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아집이 생길 것이다.
가령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하는 C가 있다고 하자. C가 B와 함께 일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잦은 충돌이 생긴다. 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B 대신 A를 투입해 C와 함께 일하게 한다. A와 B는 이미 앙숙이고, B와 C 역시 앙숙이니 B를 배제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A와 C 역시 함께 일하다 보면 또 다른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이, 일의 현장에서는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갈등의 원인이 특정 인물(B)이 아니라, 각자의 일하는 기준과 사고방식의 차이에 있기 때문이다. A와 B의 갈등, B와 C의 갈등 모두 B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서로 다른 기준이 충돌한 결과다.
특히 자기 기준이 명확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할수록, 맞지 않는 사람을 그냥 넘기기보다 조정하고 가르치려 든다. 그 과정에서 상대는 '까다롭다', '자기 방식만 고집한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A와 C가 B를 싫어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그것은 일의 방식이 아닌 감정의 공통점일 뿐이다. 같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 일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B는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갈등을 드러내는 매개체였고, A와 C는 'B를 싫어한다'는 감정만 공유했을 뿐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기준은 끝내 공유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A와 C가 좋은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결국 적의 적은 일시적인 휴전 파트너일 뿐, 자동으로 좋은 팀이 되지는 않는다.
사람을 바꾸면 갈등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 순간, 우리는 '결'과 '기준'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