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의 역설(逆說)

by 임찰스

처음 같이 식당에 갔을 때

넌 돼지갈비를 제일 좋아한다 했지

달짝지근한 양념이 밴 돼지갈비 말이야


한동안 고깃집을 갈 때면

매번 난 돼지갈비를 주문했어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 돼지갈비라니깐


그러던 어느 날 넌 짜증 섞인 말투로 내게 말했지

왜 네게 물어보지도 않고 돼지갈비만 시키냐고

나의 배려가 마치 독단(獨斷)이 된 것 마냥


근데 그거 알아?


사실 난 양념된 돼지갈비를 별로 안 좋아해

단지 너랑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거

그냥 그게 좋았을 뿐이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늘 최선은 아니다. 그저 그 순간의 취향일 수도 있고, 한두 번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도 반복되면 쉽게 질리듯, 배려 역시 일방적이면 부담이 된다. 상대를 위한다는 이유로 묻지도 않고 맞추기만 하는 건 배려라기보다 독단에 가까울 수 있다. 받는 쪽도, 주는 쪽도 결국 지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배려만큼이나 필요한 건 소통이다. 무조건적인 ‘Yes’는 편할 수는 있어도 매력적이진 않다. 때로는 ‘No’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 서로의 취향과 마음을 살필 줄 아는 눈치가 관계를 오래 가게 한다.


눈치 없이 돼지갈비만 시키는 사람이나 그 마음을 끝내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나 결국 도긴개긴일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 묻지 않아서 커진 거리 그 사이에서 배려는 조용히, 엇나가고 있었을 뿐이다.




* 네이버 블로그에서 양념돼지갈비라는 제목으로 작성했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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