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징(Gouging)

by 임찰스

치익~ 치이이익~

기름 위의 소리는

취미가 되고


치직~ 치지지직~

철(鐵) 위의 소리는

호구지책(糊口之策)이 된다


누군가는

소리를 즐기고


누군가는

소리에 매달린다






가우징이란, 철판의 용접부를 일부러 깊게 파내는 일이다. 필요 없는 부분을 파내고, 다시 이어 붙이기 위해 남겨야 할 것만 남기는 작업이다. 잘못된 용접 부분을 없애거나, 다시 시작하기 위한 모양을 만드는 일이다. 잘라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복구를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가우징 소리는 언제 들어도 거칠다. 아크가 쇠를 녹이는 순간, 공기가 쇳물을 밀어내며 '치지지직' 소리를 뱉어낸다. 귀가 따가울 만큼 날카로운 소리다. 불꽃과 함께 쇳가루가 온 사방으로 비산 되고, 그 앞에 선 사람의 얼굴과 몸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는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 소리가 집에서 찌짐을 구울 때 나는 소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프라이팬 위에서 반죽을 올릴 때 나는 그 소리, 하지만 소리의 크기는 다르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장의 소리는 일상을 단번에 집어삼킬 만큼 엄청나다.


흥미로운 건, 가우징도 소리로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가우징 작업이 잘 될 때의 소리는 찌짐 굽는 소리처럼 일정하고 은은하게 '치지지직'거린다. 이런 소리가 나면 작업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소리가 고르지 못하고 중간중간 '퍽, 퍽' 튀는 소리가 난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이자 경고다.


매일 현장에서는 이런 소리들이 반복된다. 노동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철의 찌짐을 굽는다. 불꽃이 튀는 만큼 땀방울도 함께 튄다. 그 소리와 열기 속에서 쇠는 깎이고, 사람은 버텨낸다.


누군가는 그 소음을 지나치고, 누군가는 그 불꽃을 위험이라 말하겠지만, 그 자리에는 분명 누군가의 하루와 생계가 있다. 오늘도 철 앞에 서서 묵묵히 찌짐을 굽는 사람들.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 찌짐 : 전(부침개 등)의 경상도 방언

* 호구지책(糊口之策) : 입에 풀칠을 할 방책. 즉 죽지 아니하고 살아갈 만큼 간신히 먹고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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