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그리고 가스라이팅

by 임찰스

회사는 나를 희망이라 부르지만

나는 늘 목표 아래 짓눌린다


칭찬은 앞에서 유혹하고

책임은 뒤에서 목을 죈다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아니라

빠져나올 수 없는 질퍽한 늪


피그말리온의 얼굴로

가스에 불을 붙인다.






직장에서는 피그말리온과 가스라이팅의 경계가 좀 모호하다. 결국 그 차이는 지시자의 속마음과 태도에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성장을 돕기 위해 기대를 거는 것인지, '발전'이라는 달콤한 말을 앞세워 사람을 조종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상사의 기대감은 사람을 키우는 힘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사람을 부려먹는 권력이 되기도 한다. 가능성을 믿고 그에 걸맞은 기회와 지원을 해줄 때, 그리고 조금 느린 성장을 기다리며 실패의 책임을 함께 나눌 때 그 기대는 피그말리온이 된다.


그러나 결과만을 요구하고, 설명 없이 책임으로 되돌아올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널 믿으니까 맡긴다"라는 말 뒤에 지원은 없고, 오롯이 실패가 개인의 약점이 되는 순간 가스라이팅이 시작된다. 사람은 일을 의심하지 못한 채, 점점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사람을 앞으로 끌어주지만, 가스라이팅은 사람을 제자리에 묶어둔다.

이 둘의 차이는 말의 온도가 아니라, 그 기대 뒤편에서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가에 있다.


* 피그말리온 효과 : 정신을 집중해 어떠한 것을 간절히 소망하면 불가능한 일도 실현된다는 심리적 효과.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일화에서 유래하였다.

* 가스라이팅(gaslighting) : 타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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