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은 가르치면서
정작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아이의 작은 진실 앞에
권위부터 들이민다
무례한 충고와
다스리지 못한 분노는
어른들이 달고 사는 계급장인가
꼿꼿이 세운 체면의 높이만큼
아이들은 더 깊은 어둠으로 밀려난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니 딸아이가 미소 지으며 그린 그림을 내게 보여주었다. 늘 그렇듯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겉옷을 벗은 뒤 다시 딸아이를 보는데, 눈이 유난히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울었어?"라고 묻자 아이는 금세 울먹이더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했다. 재차 왜 그러냐고 독촉하니 엄마에게 들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내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학원 수업을 마친 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고 그중 한 마리는 목줄이 풀린 상태였다고 한다. 그 개가 아이들 가까이 짖으며 달려들었고, 아이들이 놀라 겁을 먹었다. 그때 딸아이가 그 아주머니에게 "개 목줄을 채워야 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갑자기 "어디서 어른한테 그런 소리를 하느냐",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냐", "싸가지 없다", "한 대 줘 패버릴까 보다"라는 말로 아이를 겁박했고, 아이들 앞에서 "ㅅㅂ"이란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대꾸하지도 못하고 언어폭력과 모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보기에는 명백한 모욕이자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였다. 이후 딸에게 그 아주머니가 벌을 받았으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딸은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는 바로 경찰서를 찾아가 고소장을 접수했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작성해야 했기에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직접 고소장을 적고 제출했다.
어떤 사람은 어른의 훈계 정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그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경험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나온 아이의 입바른 말에 어른답게 대응하지 못한 쪽이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다.
아이의 뜻은 분명하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는다면 합의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그 합의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경찰관과 내가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나 또한 금전적인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른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와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