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랬었다는 확신 아래
나는 견고한 못을 박았다
확실하다고 믿었던 건
결국 나의 짜깁기된 기억이었고
억지로 꿰맨 자리는
버티지 못해 터져 버렸다
서로 다른 기억의 오류는
미안함에 조용히 덮였고
단단하게 쌓아 올린 내 기억의 신뢰는
낯선 진실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졌다.
기억은 믿음직한 기록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분명히 그때 그랬다고, 나는 그렇게 보았고 그렇게 들었다고 쉽게 확신한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그 단단하던 기억이 의외로 말랑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일을 겪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더욱 그렇다. 분명 함께 있었는데, 서로의 기억은 묘하게 어긋나 있다.
특히 감정이 강하게 개입된 기억일수록 더 또렷하다고 믿기 쉽다. 하지만 바로 그 감정이 기억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서운했던 순간은 실제보다 더 우울하게 남고, 즐거웠던 날은 현실보다 더 행복한 기억을 만든다. 우리는 사실을 기억한다기보다, 그 사실을 둘러싼 '느낌'을 오래 붙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떤 기억을 떠올릴 때, 그 확신을 조금은 의심해 보려 한다.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조금 남겨 두는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살아가기에는 그 편이 더 나은 방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