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al Dumping Ground

by 임찰스

소통이란 서로의 뜻이 잘 통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일방적인 하소연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수없이 배설하듯이, 내게 독한 칼을 꽂아 넣는다.


그건 더 이상 소통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나는 가끔 내가 감정쓰레기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 힘들다며 말을 꺼내면, 나는 습관처럼 상대방의 말을 그냥 들어준다. 상대는 마음속에 쌓아둔 이야기를 풀어놓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준다. 겉으로 보면 그저 잘 들어주는 사람일 뿐인데, 대화가 끝난 뒤 남는 생각과 감정은 불쾌하고 짜증 나는 기분과 함께 이상할 만큼 피곤하고,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찝찝한 마음이 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것도 인간관계의 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느낌이 있었고, 내 앞에서 자기 마음을 보여주는 사람을 보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됐다. 상대의 감정은 가벼워지는데, 왜 내 마음은 자꾸 무거워지는지, 나는 위로를 건넸지만, 정작 내 감정은 어디에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거절을 잘 못 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기대어 오면 밀어내지 못했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데 익숙했다. 어쩌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그 자리를 자주 내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배려라고 믿었던 내 방식이 어느 순간 나를 갉아먹는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달라지려고 노력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솔직하게 말해보기도 하고, 모든 이야기를 다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나에게 상기시킨다. 여전히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내 마음의 자리도 함께 지키려 한다.


* 감정 쓰레기통(Emotional Dumping Ground) : 누군가의 부정적인 감정을 일방적으로 받아주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표현. 즉, 상대가 화나거나 짜증 나거나 우울할 때, 그 감정을 아무런 배려나 조절 없이 쏟아내고, 그걸 묵묵히 들어주거나 감당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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