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로 읽는다.
개 똥 아
똥 싸 니
아 니 오
이번엔 세로로 읽는다.
개 똥 아
똥 싸 니
아 니 오
또 가로로 읽는다.
나 원 참
원 참 나
참 나 원
이번에도 세로로 읽는다.
나 원 참
원 참 나
참 나 원
가로로 세로로 읽어보니 다 똑같다.
어릴 때 나는 말장난으로 노는 걸 참 좋아했다. 공책 한 귀퉁이에 글자를 써 놓고 가로로 읽고 세로로 읽으며 혼자 웃곤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별것 아닌 글자 몇 개가 방향만 바꿨을 뿐인데 같은 말로 돌아오는 게 신기했고, 마치 내가 작은 비밀을 발견한 사람처럼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소박한 놀이였지만, 그때의 나는 네모 칸 안에서 나름의 세계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즘도 가끔 그런 글자를 마주하면 어린 날의 웃음이 슬며시 따라 나온다. 단순한 말장난이었지만, 그 속에는 분명 나만의 작은 즐거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