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더 원하는 건지
이제는 모르겠다
별의별 이유
수많은 코멘트
계속되는 리젝트
참을성이 생긴 건지
그냥 무뎌진 건지
버티고 있는 건지
길들여지는 건지
이젠
나 자신도 헷갈린다
요즘은 회사에 예전처럼 노골적인 갑질이 많이 줄었다고들 말한다. 오히려 '을'에게 잘 보여야 프로젝트가 수월하게 굴러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회사는 해외에서 주문을 받아 제품을 제작하는 곳이라, 보통 발주처인 외국 회사의 고용 감독관과 함께 일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들이 사실상 '갑'인 셈이다.
감독관은 하나라도 더 챙기려 하고, 우리는 계약 범위 안에서 최대한 모든 걸 해결하려 노력한다. 모든 문제가 결국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감독관의 수정 요청 한마디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매 순간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문제는 가끔 우리 기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감독관이 배치될 때다. 그럴 때면 스트레스 지수는 단숨에 최고치를 찍는다.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요구만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 먼지 없애고 깨끗이 해주세요." 이런 말은 작업 환경을 알면 쉽게 하기 어려운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내 shop이 아니라 야외 yard에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약간의 먼지는 불가피하다. 물론 고객에게 인도할 때는 최종 청소를 마친 뒤 출하한다.
이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과도하게 간섭하고, 지적하고, 반려가 계속 이어지면, 문득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일이 착착 진행되어야 일할 맛도 나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의욕은 빠르게 식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요구이고 간섭인지, 그 경계가 점점 흐릿해지는 요즘, 나는 점점 미쳐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