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경칩(驚蟄)

by 임찰스


빼꼼


머리 내밀며 나타난

개구리 한 마리


햇빛과 그림자가 만든

잠깐의 봄





햇빛이 강하게 내려오던 오전이었다. 휴일 근무를 하며 현장을 둘러보다 잠깐 멈췄는데, 발밑에 이상한 그림자가 하나 생겨 있었다.


둥근 눈 두 개, 통통한 몸, 가만히 보니 꼭 개구리 한 마리가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어딘가를 쳐다보는 모양이었다.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제품의 일부분이 햇빛과 이것저것 겹치며 우연히 만들어진 모습인데도 묘하게 웃음이 났다.


"아, 이제 진짜 봄이구나!" 겨울잠 자던 것들이 하나둘 깨어난다는 그 절기 경칩도 막 지나간 때다.


땅속에서 개구리가 올라온 건 아니지만 그날 그림자가 대신 개구리가 되어 먼저 깨어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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