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눈빛이 오롯이
당신에게 말하고 있네요
격렬하게 타오르는 제 마음
받아주실 거죠?
작년 여름휴가 때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근대문화역사거리를 걸었다. 걷다 우연히 들른 콘셉트 사진관에서 우리는 잠시 여행자가 아니라 다른 시대의 방문객이 된 기분을 느꼈다.
사진관 안은 조금 어설프지만 소박하게나마 과거를 재현하고 있었다. 낡은 가구와 바랜 소품, 군복과 모자들이 조명 아래 놓여 있어 마치 작은 시간 박물관 같았다. 단순한 촬영 공간이 아니라, 잠시 머물며 시간을 건너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영화 암살을 본 딸은 독립투사 저격수 안윤옥을 흉내 냈다. 옷을 여미고 모형 총을 쥐자 장난기 가득하던 얼굴이 금세 진지해졌다. 인공조명 아래였지만, 그 눈빛만큼은 영화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관광지에서 즐기는 체험이었지만 묘하게 가볍지 않았다. 사진 한 장이 역사책의 한 페이지처럼 마음에 남았다. 사진관을 나와 다시 일본식 가옥 사이를 걸을 때, 골목은 더 이상 이국적인 풍경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 깃든 공간처럼 보였다. 딸의 포즈 하나가, 여행을 잠시 멈추고 역사를 바라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