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둡니다.
흑 11의 7
백 12의 7
흑 13의 8
백 13의 9
흑 12의 10
백 11의 11
흑 10의 12
백 9의 11
흑 8의 10
백 7의 9
흑 7의 8
백 8의 7
흑 9의 7
백 10의 8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을 바둑판 위에 둡니다.
사랑, 합니다.
나는 어릴 때 바둑을 조금 배웠다.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고, 그냥 두는 방법만 조금 아는 정도다. 그래도 처음 바둑을 접했을 때는 무척 흥미로웠다. 검은 돌과 흰 돌이 바둑판 위에서 서로 길을 막고, 또 길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재미있었다. 가끔은 그때 조금 더 꾸준히 두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요즘 나는 가끔 딸과 오목을 둔다. 다섯 개를 먼저 잇는 사람이 이기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아이와 마주 앉아 돌을 하나씩 놓다 보면 그 시간이 제법 즐겁다. 언제는 바둑도 가르쳐 주고 싶어서 몇 번 설명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딸에게는 바둑이 아직 너무 어려운 모양이다. 규칙을 듣다가 금세 고개를 저으며 어렵다며 별 관심 없어한다. 결국 우리는 다시 오목으로 돌아간다.
딸과의 오목이 끝나고 나는 잠시 그대로 바둑판 앞에 앉아 있었다. 오목을 두느라 흩어져 있던 바둑돌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돌과 흰 돌이 뒤섞여 있었다. 문득 아무 생각 없이 돌을 하나씩 옮겨 놓기 시작했다.
흑과 백을 번갈아 두며 모양을 만들었다. 돌 몇 개를 더 얹자 바둑판 위에 작은 하트 하나가 완성되었다.
딸과 아내를 떠올렸다. 함께 웃고 떠들던 시간들, 흑과 백이 서로 다른 돌이지만 같은 바둑판 위에서 하나의 모양을 이루듯, 우리도 그렇게 한 집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그 하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둑판 위에 놓인 것은 돌 몇 개뿐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가족을 향한 내 마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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