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by 임찰스

바보같이 두었던 그 한 수로



둑방이 무너지듯 나락(奈落)으로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둔다'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바둑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너무 오래 망설이거나 결정을 미루다 보면 오히려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생각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결국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고르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는 적절한 때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지나친 고민은 오히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작년 여름휴가 때의 일이다. 여행 숙소를 고르느라 며칠을 고민하며 최저가만 찾아다녔다. 더 싼 가격이 나오지 않을까 기다리다 보니, 결국 괜찮은 숙소들은 모두 매진됐다. 남은 건 제일 비싼 곳뿐이었고,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예약해야 했다. 그야말로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결정을 미룬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더 좋은 답이 나올 것 같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나은 기회가 올 것 같아서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선택을 미루는 동안 선택지는 줄어든다. 그리고 남은 것 중에서 어쩔 수 없이 고른 것이 최선이기는커녕, 차선도 아닌 경우가 많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일수록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기회는 멀어진다. 기회는 있을 때 잡아야 하고, 고민이 과하면 판단은 흐려진다. 지나친 신중함은 결국 신중함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놓치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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