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상도

by 임찰스

수그리

수그리

아까맹키로

수그리


​깰받노

깰받노

우째 그리

깰받노


​문때라

문때라

이래이래

문때라


​낑가라

낑가라

공가서

낑가라


​파이다

파이다

이자뿌라

파이다


​모르제

모르제

뭔 말인지

모르제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잠시 밀양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국민학교 시절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초, 중, 고 및 대학을 모두 그곳에서 마쳤다. 이후 울산, 창원, 통영, 고성, 마산을 거치며 사회생활을 했고, 지금은 양산에 살면서 창원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군대를 제외하면 삶의 대부분을 부산과 경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낸 셈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회사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말끝과 억양은 퉁명스럽다. 그게 나에게는 가장 편한 말이다.


회사에는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꽤 많다. 서울과 경기,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처음에는 각자의 말투가 또렷하게 살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말의 억양이 어딘가 어색하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그들이 이곳에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번은 회식 자리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전라도 광주에서 온 A와 순천에서 온 B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별생각 없이 듣고 있었는데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전라도 말이 아닌 어설픈 경상도 사투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의 고향 말이 아닌, 이곳의 말투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 그 장면이 묘하게 낯설면서도 웃음이 났다. 동시에 조금 놀랍기도 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머무는 곳의 언어에 물들어 가는 존재라는 걸, 그 순간 또렷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날 회식 자리에서 나는, 두 사람이 경상도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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