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것과 잦아드는 것

by 임찰스

잦아지는 책임에

잦아드는 권한


잦아지는 눈치에

잦아드는 말문


잦아지는 실수에

잦아드는 자존감


잦아지는 야근에

잦아드는 워라벨


잦아지는 피로에

잦아드는 의지


잦아지는 한숨에

잦아드는 하루


잦아지는 것들 속에

잦아드는 것들...





요즘 직장 생활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이 늘어난 건지 감당해야 할 범위가 넓어진 건지 경계가 흐릿하다. 해야 할 것들은 계속 쌓여가는데, 정작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말을 꺼내기 전 한 번 더 분위기를 살피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쉽게 움츠러드는 기색이 보이고, 그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퇴근이라는 기준도 예전만큼 또렷하지 않다. 하루는 끝났는데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이어지고, 쉬는 시간마저 온전히 비워지지 않는 느낌이다. 몸의 피로보다 마음의 무게가 먼저 쌓여가는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띈다. 바꿔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 보여도, 그걸 실행할 여유까지는 좀처럼 닿지 않는 듯하다. 대신 짧은 한숨들이 자주 흘러나오고, 하루는 그렇게 빠르게 지나간다.


이 모든 게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로, 하루하루는 비슷하게 반복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크게 티 내지 않지만, 점점 더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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