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임찰스

있는데 없는 척

없는데 있는 척


아는데 모르는 척

모르는데 아는 척


잘하는데 못하는 척

못하는데 잘하는 척


기쁜데 슬픈 척

슬픈데 기쁜 척


약한데 강한 척

강한데 약한 척


겸손한데 오만한 척

오만한데 겸손한 척


척 보면 앱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 자신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인 척하며 살아간다. 있는 척,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은 사실 거짓말이라기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보호막에 가깝다. 부족해 보일까 봐, 뒤처질까 봐, 상처받을까 봐 우리는 원래 모습 위에 '척'이라는 가면을 쓴다.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불안이 숨겨져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늘 있는 척, 아는 척을 하며 어떤 대화에서도 빠지려 하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가 나오든 자기가 조금이라도 아는 지식이 있으면 꼭 끼어들어 말하고, 마치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처럼 자신을 포장한다.


한 번은 지인 몇 명이 모여 술을 마시다 명품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나를 비롯해 몇몇이 잘 모르겠다고 하자, 그 사람은 그것도 모르냐며 면 티셔츠 한 장에 몇십만 원씩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신은 그런 옷이 집에 몇 벌이나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저 웃으며 듣고 넘겼다.


그런데 자리를 마치고 술값을 각출하려는 순간, 그 사람이 갑자기 돈이 없다며 대신 좀 내달라고 했다. 그렇게 비싼 옷을 여러 벌 갖고 있다고 자랑하던 사람이 고작 술값 2만 원이 없다는 말에 순간 어이가 없었다. 말로 쌓아 올린 이미지와 눈앞의 현실 사이의 간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세상은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실제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꾸민다. 그러다 보니 남을 속이기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먼저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강해 보이려던 그 선택이 오히려 보는 사람에게는 더 씁쓸한 인상으로 남는다. '척'이라는 가면은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 같지만, 동시에 우리를 가장 초라하고 타깝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 '척 보면 앱니다.'는 개그맨 황기순이 만든 유행어로, 한 번만 봐도 사람이나 상황을 다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유행어는 1980년대 황기순이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데뷔하며 처음 사용한 말로, 이후 대중적으로 널리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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