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숨긴 말

by 임찰스

가족에게는 왠지 잘 안 하게 되는 말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대는 부끄러운 말

마음은 알고 있지만 입은 모르는 말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 거라 혼자 짐작한 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혀끝에서 맴도는 말

미루고 또 미루어 이제는 꺼내기가 어렵게 된 말

이제는 굳어서 가슴속에 돌이 된 말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울림을 주는 말

더 이상은 미루어서는 안 되는 말

지금 당장 표현해야만 하는 말


​사랑합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클수록 입이 더 무거워진다. 가끔은 나 스스로도 왜 이 한마디가 이렇게 어려운지 신기할 정도다.


돌이켜보면 나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 누군가에게 표현하기보다 묵묵히 챙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생기면 말 대신 먼저 움직였었다.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불편한 일이 있으면 대신 나서고, 별일 아닌 듯 곁을 지키는 방식으로 마음을 전해왔다. 내 기준에서는 그게 충분한 표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꼭 그렇게만 읽히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분명 마음을 쓰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말은 아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쑥스러움 때문일 수도 있고, 괜히 어색해질까 봐 피했던 것일 수도 있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괜히 낯간지럽고,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대신 "밥뭇나", "조심히 가라", "내가 할게" 같은 말로 마음을 빙 둘러 전한다. 듣는 사람은 부족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그 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의 진심이 들어 있다.


이제는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고 믿어왔지만, 어떤 마음은 말로 꺼내야 비로소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툴더라도, 어색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억지로라도 노력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하월시아(Haworth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