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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라 강변 Oct 24. 2020

10 제주, 함덕

- 훌쩍 떠나도 언제나 좋은 곳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제(10/23)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었는데

어쩜 이렇게 절기가 잘 들어맞는지

내심 자연의 신비로움과 순환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따뜻한 느낌이 그리워져

문득 제주, 그중에서도 함덕 바다를 떠올렸다.


함덕은 국내 여행지 중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장소다.

힘들 때 혼자 갑자기 떠나 큰 위로를 받기도 했고,

가족, 친구, 선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장소이기도 하다.


자주, 오래 찾아서 잘 알고

그래서 훌쩍 떠나도 언제나 좋은 곳.


오늘은, 함덕을 즐기는 나만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함덕은 제주도 북동쪽에 위치한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함덕해수욕장과 서우봉 일대를 말한다.

제주 공항에서 차로 30분쯤 소요되는데,

렌터카를 빌리지 않을 경우 공항에서 함덕 콜택시를 이용하면

미터기나 카카오 택시 요금보다 저렴한 정액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이건 도민에게 배운 팁으로 함덕에서 공항으로 갈 때도 마찬가지다).


함덕이 좋은 이유는 정말 너무도 많다.


무념무상 빠져들게 되는 에메랄드 빛 바다,

그 바다를 즐기며 사색하며 걷기 좋은 서우봉 둘레길,

조식으로 좋은 잠녀해녀촌의 성게보말죽,

점심으로 좋은 시원 칼칼한 버드나무집 해물손칼국수,

저녁으로 좋은 저팔계깡통연탄구이(맬젓과 흑돼지의 조화란!),


작지만 주인장의 정성 어린 손글씨 책 소개에 탐색하는 즐거움이 있는 만춘서점,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해먹,

정성스럽게 구운 다양한 타르트와 차를 마실 수 있는 앤타르트,

달콤하고 시원한 소프트아이스크림 알래스카인제주,

함덕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카페 델문도,

해녀분들과 함께 해수에 피곤하고 지친 몸을 담글 수 있는 해오름해수피아,

레트로 감성과 주인장의 뛰어난 음악 선곡 센스에 눈물 흘릴 뻔했던, 바(Bar) '나도 섬이다'.


함덕은 제주 도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기에

스페인 음식, 수제버거, 마라탕, 스타벅스, 올리브영, 대형마트 등

육지에서 핫한 종류의 가게 및 편의시설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지내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다.


아주 오래전 함덕 근처 펜션에 묵은 적이 있었다.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주인장은

서울 토박이로 20살에 처음 제주여행을 왔다가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예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게 되었고

아내분도 그때 만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분이 그랬다.


10년 넘게 살았지만,

제주의 바다는 같은 날이 없다고.

매일이 새로워서

매일 설렌다고.


나도 제주를 생각하면

함덕 바다가 연상되고

늘 설렌다.


11월에 친구와 함께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함덕 반대편, 제주의 북서쪽을 여행하기로 하여

아마도 함덕에 들리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은 늘 함덕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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