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하라 강변 Oct 31. 2020

11 차 한 잔의 여유

- 나의 오래된 취미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에는 10편 정도의 글이면 내 취향 소개가 모두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글을 쓰기 위해 내 취향에 대해 탐구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것에 나름의 취향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꽤 여러 가지 것들에 내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그 안에서 내 즐거움을 키워온 것이다.


오늘은 나의 오래된 취미,

차(tea)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어릴 때, 녹차와 홍차가 완전히 별개인 줄 알았다가

찻잎 발효 여부에 따라 달리 불리는 것을 처음 알고 내심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차를 부르는 이름과 종류는 너무나 많지만,

발효 정도 및 우려진 차의 색에 따라서 구분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녹차(발효하지 않고, 생잎에 열을 가하거나 증기로 쪄서 만든다),

(2) 백차(미세발효차)

(3) 청차(반발효차, 우롱차),

(4) 홍차(완전발효차, black tea),

(5) 흑차(후발효차, 보이차, dark tea)


차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1~2학년 무렵, 해외 은행 주재원으로 살고 계셨던 친척을 통해

양질의 홍차(잎차)를 선물 받으면서 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절 좋아했던 '홍차 왕자'라는 일본 순정만화의 영향도 분명히 받았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커피는 청소년기에  음용이 권장되지 않았데,

차는 그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서인지 일찍부터(?) 마시게 되었다.

비슷한 이유일까,  동네 프랜차이즈 공차 매장에 가보면 커피전문점에서 볼 수 없던 청소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고 느낀다(150ml 기준, 커피에는 평균 40~200mg, 차에는 24~50mg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namu.wiki. 참조).


친척으로부터 선물 받은 홍차는 골드 틴에  들어있었는데,

블랙 코팅지로 감싸져 있고 골드색 펜으로 'Earl Grey, 225g'이라고 적혀 있었다.

틴케이스를 열면 은은한 좋은 향이 났고,

차를 우리는 동안의 묘한 설렘, 차를 우린 후의 오렌지빛 골드 색상,

달진 않더라도 꽃향기와 과실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차맛,

그 모든 것이 정말 완벽하게 조화롭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홍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포숑, 포트넘앤메이슨, 에디아드, 허니앤손스, 위터드, 로네펠트 등 홍차 전문 브랜드의

다즐링, 기문, 아쌈, 실론 등의 스트레이트 티(Straight tea, 찻잎 외 아무것도 섞지 않은 차)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오렌지페코, 애프터눈 티 등 여러 산지의 찻잎을 섞어 만든 블렌디드 티(Blended tea),

얼그레이, 레이디그레이 등 꽃이나 과실 천연향을 입히거나 또는 건과육을 첨가한 플레이버리 티(Flavory tea)등을 두루 경험하며 즐기게 되었다.


주로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스트레이트 티로 마시지만, 아쌈의 경우 진하게 우려 우유와 꿀을 넣어 밀크티로 마신다.

특히 여름에 마시는 아이스 밀크티 언제나 옳다.

찬바람이 불면, 홍차전문점에서 파는 인도식 밀크티인 '차이'에 아몬드크림을 가득 올린 아몬드크림 차이를 마신다.


녹차도 좋아해서 대중적인 오설록 잎차 제품들을 주로 즐겼는데, 찻잎이 곱고 부드러워서 간혹 씹어먹을 때도 있었다. 요즘은 잎차 제품보다는 플레이버리 티 간편한 티백제품 판매를 주력으로 는 것 같은데, 고가라인을 별도로 두고 가심비 좋은 잎차 제품도 계속 판매를 하고 있어 입문용으로 즐기기에 그만이다.


때는 1인 다구를 내어주는 또 다른 차 전문점에서는 철관음, 무이암차 등 우롱차를 즐겨 마셨고, 최근엔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보이차를 찾아 마시기도 했다. 새콤한 맛의  히비스커스차(허브)도 자주 구비해서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저녁이나 밤에 마시곤 한다.


사실, 이 정도면 대중없이 그때그때 끌리는 차를 찾아 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차를 즐기려면, 우리는 물, 온도, 시간 등 인터넷의 많은 정보를 기본적으로 참고하면 되고(처음 끓인 물, 2~3분 내외 등), 

자신의 기호에 맞춰 조금씩 조정하면 된다.


홍차 입문용으로는 마리아쥬 프레르 '마르코 폴로', 주요 홍차전문 브랜드의 '다즐링'잎차, 플레이버리 티(오설록 레드파파야블랙티, 쿠스미티 등)를 추천다.

티백으로도 차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데,

너무 진하게  우려지지 않도록 주의하면 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커피빈에 티 메뉴가 다양한 편이.

서울에서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는 티하우스로는 오설록(서울, 제주 등), 클로리스(신촌, 강남역, 역삼 등), 로펠트(코엑스, 선릉, 서대문 등), 티앙팡 오후의 홍차(이대) 등이 있다.


차를 좋아해서 대학교 1학년 때 인사동 불교문화원에서 꽤 여러 달 동안 '다도'를 배우기도 했다.

조숙했고, 겉멋이 들었었나 보다(빠른 인정).

여하튼 그런 경험들은 '형식'보다는 '실질',

'아는 것'보다 '즐기는 것'의 '중요성'과

분명한 '우위'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 주었고,

이후 내 삶의 가치관을 스스로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각종 정보들은 인터넷과 유튜브에 넘쳐 나기

지식 전달 위주의 설명은 가능한 피하고

내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는 쉬운 글쓰기를 목적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오랜 취미를 얘기하다 보니,

사족 같은 여러 설명들이 꽤 붙어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차,

나른한 오후에 마시는 차는 잠깐의 '여유'를 선물한다.


혼자 마시는 차는 '자신과의 대화'이며,

다른 이와의 함께 하는 차 한 잔은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찻잎이 우러나 차가 완성되듯,

우리 인생도 차와 함께 한 시간을 통해

우려 향기로워지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10 제주, 함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