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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라 강변 Oct 18. 2020

09 새나라의 어른이

- 너의 이름은, 잠

아침에 일어나서 이 글을 쓰는데,

깬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잠'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자동적으로 번진다.


나의 취미생활은 '잠자기'다.

누군가는 '엥? 잠은 누구나가 다 하는 게 아닌가?' 하며 의아해하겠지만,

'먹는 행위'를 취미로 하면 맛집 탐방,

직업으로 하면 맛 칼럼니스트, 먹방 유튜버가 되고

'입는 행위'를 취미로 하면 패셔니스타,

직업으로 하면 모델이 된다.


그러므로 나의 '잠자기'도 관점에 따라 충분히 멋진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잠에 대한 오랜 나의 개인적 생각과 시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수면이 '삶의 만족도'나 '행복'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우리는 각종 기사나 연구결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단순히 자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실은,

나는 어릴 때부터 '잘 자는'아이였고,

'잘 자는' 청소년이었고,

현재도 '잘 자는' 어른이다.


올드하게 표현하면,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형 인간이다.


나는 거의 10시 전후로 졸음을 느낀다.

그래서 초등학교 무렵 인기 있었던 전설의 고향 '내 다리 내놔'는 물론,

중학교 때 한창 인기 있었던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저녁 10~11시 방영, 장동건과 손지창, 심은하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주었던 드라마) 역시,

거의 친구들의 '구전'으로 스토리를 파악할 때가 많았다.


고등학교 3학년에 막 올라갔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11시까지 소위 야자(야간 '자율학습'이라 쓰고 '강제학습'이라 읽는다)를 하게 되었다.

다들 고3이 되었다는 긴장감과 대입을 위한 수능시험 준비로 늦은 시간까지 열중하였는데,

담임선생님께서 10시 무렵 감독을 오셨다가

공부 좀 한다(?)는 내가 시름시름 졸고 있는 것을 보고,

어깨를 탁 치시며 매우 놀란 눈으로 내 이름을 부르시던 장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부끄럽고, 민망한 순간은 잊히지 않는 법이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부지런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나는 비판적 사고 없이 스스로를 부지런하다고 믿어왔는데,

이러한 믿음은 공부를 하면서 깨지게 됐다.


'적은 시간을 자고 나머지 시간을 공부나 다른 활동에 오롯이 쓰는 사람이,

 실상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닐까?'


내가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야행성인 사람들의 수면시간이, 초저녁 잠이 많은 아침형 인간보다 짧았다.

그들이 프리랜서 직업을 가져서 아무런 제약 없이 기상하는 조건이 아니라면,

학생이나 직장인인 경우, 적어도 등교시간, 출근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그러므로 깨어있는 더 많은 시간을 다른 (유익한) 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야행성인 그들을

더 부지런하다고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 학습량은 공부한 시간에 비례하기에,

나도 중, 고등학교 때까지는 잠을 줄이려는 가상한 노력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10시 이후에 책상에서 앉아 있었던 시간은 진정 '가수면'상태였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이상하리만치 '가수면'상태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학부 때 중간, 기말고사 때 벼락치기한 단 며칠을 제외하고는

거의 10시까지,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는 억지로 11시까지,

로스쿨을 다닐 때는 10시까지 공부를 했었다.


오랜 시간, 여러 시도를 통해

나는 나의 수면 패턴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었고, 완전히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통상 8시간을 자야 되는 사람이고,

그래야 두뇌회전이 활발하거나 적어도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그렇다면 하루 24시간 중 무려 8시간을 잠자는 데 쓸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이 나의 '학습'과 '업무' 몰입도, '기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잘' 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인다.


첫째, 가장 공들이는 것은 수면시간의 확보다.

통상적으로 저녁 선약이 있는 경우 10시 전에 마무리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아주 오랜만에 여럿이 만나거나, 아주 즐겁고 재밌을 때, 혹은 직장 회식과 같이 어쩔 수 없을 때는 늦게 까지 있기도 한다.)

그리고 꼭 해야 하는 일, 마쳐야 하는 일이 남았을 때는

일단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회복된 머리로 집중해서 일을 마저 끝내는 편이다.

나를 믿지 못하므로, 알람을 5분 간격으로 맞춰두는 것은 필수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주문처럼 되뇌며 잠든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기적처럼 눈이 번쩍 뜨이는 체험을 간혹 하기도 한다.

아마 다들 한두 번씩은 경험하였을 것이다.


둘째, 좋은 '베개' 및 '이불'을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한다.

메모리폼 베개, 편백나무 베개, 마이크로폼 베개, 마사지 베개 등

1~2년 주기로 좋다는 새로운 베개를 찾아 써본다.

아직도 완벽하게 정착하지 못했다.

편안하고 통기성이 좋은 '잠옷'은 두말하면 잔소리,

'이불' 역시 마찬가지다.

 촉감과 심미감이 중요하다.

부드럽게 닿는 느낌과 스스로 보기에 예쁜 이불이 수면욕을 불러일으킨다.

'이불 밖은 위험해! 어서 들어와.'라고 말이다.


셋째, 잘 자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한다.

여자들은 통상 헤어스타일이 중요해서, 아침에 샤워를 하거나

적어도 머리만큼은 아침에 감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나는 저녁에 샤워를 하는 편이다.

잠들기 전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당장은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체온 오르고 약간 흥분상태가 되지만,

점점 체온이 내려가면서 잠들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가끔 수면에 좋다는 '편백 또는 허브오일 스프레이'를 베개 근처에 뿌리기도 한다.


넷째, 해가 진 다음에는 지나치게 밝은 LED 조명을 끄고 은은하고 부드러운 노란빛 간접 조명을 켠다.

그리고 조명이 천을 비추게 하면 굴절된 빛이 사방으로 은은하게 퍼지면서 사람들이 보다 안락하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이것은 유현준 건축가가 출연한 예능 또는 그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인위적인 빛의 노출을 줄여  몸도 수면에 들 시간임을 알게 하면 자연스럽게 잠들기 쉽다.

저녁에 책을 읽거나 할 때에는 스탠드형 부분 조명을 잠시 사용면 된다.


'새나라의 어른이'인 나도 이렇게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수면의 질이 내 삶의 만족도와 기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잘 자고 일어난 날은 기분이 좋다.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혹시 불면증을 겪고 있거나,

양질의 수면을 위해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내 경험이 미약하나마 참고가 되기를 바라본다.


모두의 숙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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