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내변호사, 그게 뭐예요?
- 현재는 공무원이면서 변호사입니다만
공무원이 된 지 2년째다. 변호사이자 '공무원'이라고 하면 신기해하는 분들이 더러 계신다.
예전에 사내변호사로 일할 때도, 변호사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이라고 하면 '그게 뭐예요?' 물어보는 분들이 계셨다.
아마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까이 한 적 없거나(송사에 휘말리신 적 없다는 뜻이니 인생 잘 살아오신 거다),
흔히들 변호사들은 법률사무소나 로펌에서 일하며 소송과 자문업무를 맡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사회적 요구와 시대의 변화, 변호사 수 증가 등 여러 이유로 변호사들은 점점 더 여러 곳에 진출해서 더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국가기관, 지차체, 공공기관, 각종 협회, 기업 등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더욱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에 소속된 변호사를 '사내변호사'라고 하는데, 초기에는 기획실, 법무팀 등에 소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근래에는 법무팀 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팀(준법경영, 윤리경영), 인사팀, 감사팀, 현업(영업부서: 보험, 세무, 금융 회사) 등에서 근무할 변호사를 별도로 뽑기도 한다. 또한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각종 협회 등에서 전문성 확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변호사를 직원으로 임용, 채용하고 있다.
국세청이 조세처분 불복소송에서 패소하는 사건이 많아지자 변호사인 직원들을 대거 채용하고, 경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하여 변호사인 직원을 채용하여 해당 업무를 맡기거나,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나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그 전담 대응을 맡을 변호사를 채용하는 것 등이 그 일례이다.
이렇게 채용된 변호사는, 기존에 외부 로펌 등에 위임하거나 건건이 자문을 받아 처리하던 업무를 해당 조직의 일원이 되어 직접 신속하게 수행하게 된다. 또한, 해당 조직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즉 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법적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도록 경영진, 임원, 유관 부서들을 조력하여 사전에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쳐 사업을 진행하게 한다(사전 예방).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분쟁이 발생했다면, 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법률적 방안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사건사고 처리반).
요즘 드라마를 보면 변호사가 꽤 자주 등장한다. 피도 눈물도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야욕의 화신이거나 돈에 영혼까지 탈탈 털어 바치는 유형인 경우도 있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류의 인간형이 전혀 없다곤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적어도 내 주변엔,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공무원'과 '회사원'이 있을 뿐이다. '같은 공무원' 또는 '같은 회사원'으로 그들의 '좋은 동료'가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