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처음 심각해진 것이 2월 말. 이후 마스크 품귀, 생필품 사재기, 사적 모임 연기 및 취소, 마스크 제조시설 및 실내 착용 점검 등 처음 겪는 다양한 일상과 경험들이 지나갔다.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는데 필요했던, 절대 인내의 시간 100일이 다가오던 5월 중순이었다.
'도저히 계속해서 이렇게 지낼 수는 없어!!'
(마의 100일, 나는 인간이 되지 못한 곰이었다.)
코로나 블루였을까. 뭔지 모를 답답함을 타개할 새로운 활동이, 취미생활이 필요했다. 일단, 유명 원데이 클래스 앱을 열고 이런저런 강습 분야, 집에서의 거리 등을 파악했다. 그중에 와인을 마시며 그림도 그릴 수 있다는 성인 취미반이 눈에 띄었다. 2~3시간 내외로 작은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었고, 각종 재료와 도구들이 구입할 필요 없이 모두 준비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첫날에는 평소 좋아했던 알렉산더 칼더의 추상화를 아크릴 물감으로 따라 그리기로 했다. 가보니, 캔버스에 간단한 스케치가 되어 있었고, 필요한 물감과 팔레트, 붓, 세척 용액이 모두 세팅되어 있었다. 와~ 진지하게 그림을 그려본 것이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었다. 근 20년 만이었다.
아크릴 물감도 처음이었다. 유화와 비슷한 질감이지만, 빠르게 마르고 덧칠이 쉬워서 망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마치 어릴 때 색연필로 색칠공부를 하는 것 같았다(왜 색칠'놀이'아닌 색칠'공부'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이제와 그 명칭이 낯설게 느껴진다). 붓을 든 지 30분쯤 된 것 같은데, 3시간이 지났단다. 눈 앞에 작지만 완성된 작품이 있었다. 신기했다.
'으하하~ 이것 참 재밌다! 재밌어!'
뭔가를 이루었다는 작은 성취감도 기분을 한결 좋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원데이 클래스 3회를 내리 가게 되었다. 그러고는, 6회 클래스를 끊었고, 이후 다시 6회를 끊어서 현재까지 다니고 있다. 예쁜 그림이나 상품 도안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여행 중 만난 가슴 벅찬 순간을 유화로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일체 다른 생각이 들지 않고, 오롯이 그림에만 집중하게 된다. 직접 찍은 여행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릴 때에는 다시 그 시간, 그 장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 고민과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분들에게, 몰입을 통해 '시간 순삭의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취미인 그림을 권하고 싶다.
회사일이 바쁘거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서 사적 모임이 제한되거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몇 주간 쉬기도 했다. 그래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1주일에 1번 그림을 그리는 것이 2020년 새로운 삶의 낙(樂)이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되면서 화실 교습이 12.8.~28.까지 전면중.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