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2021년 1월부터 다시 사내변으로 이직하게 된 근황을 알렸고, 예고한 대로 고군분투한 3개월의 경력변호사 이직기에 대한 글을 쓰려한다.
나는 2021년 현재 7년 차 변호사로, 작년에는 6년 차 변호사였다. 지난 경력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면, 중형 로펌에서 수습변호사 생활을 했고, 식품유통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사내변호사 생활을 3년 반 정도, 공무원으로 공정거래 분쟁업무를 2년 좀 안 되는 기간 수행했다.
흔히 공무원에 대해서는 각자 호불호가 있을 것이나, 개인적으로는 공무원이셨던 외조부님과 어머니를 둔 까닭에 어려서부터 공무원에 대한 약간의 개인적 선망과 동경이 있어왔다. 그래서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공무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선한 마음과 공무원에 대한 호기심, 공정거래 분야에 대한 전문성 취득을 위해 해당 분야 공무원에 지원했고, 2019년 처음 공무원이 되었다.
거대 조직인 공무원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갑을 관계를 기본으로 한 공정거래 업무를 기본으로 수행하면서 보람 있는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큰 조직의 일원으로 어떤 프로젝트의 일부분만을 수행하게 되거나, 궁극적, 장기적으로 법령과 제도 개선이 있어야만 해결이 될 수 있는 분쟁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 그것은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국가 정책적으로 반드시 개도, 개선해야 할 공무원의 중한 책무이긴 했다. 그럼에도, '당면한 작은 법률 분쟁과 문제'를 '스스로' 또 '오롯히' 해결하게 되는 사내변호사의 업무가' 개인적인 성향'에 더 잘 맞고 '개인적으로 더 큰 성취감'을 주었다고 생각했기에 다시 사내변으로 이직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2020년 10월 이직할 결심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어떤 분야(산업)에서, 어떤 일을 하기를 바라는지. 그 회사의 규모와 성장가능성은 어느 정도여야 하고, 출퇴근이 가능하려면 어디까지가 지역적 한계인지. 그렇게 해서 다음과 같이 목표를 정했다.
1. 기업 규모 및 유형 : 대, 중견기업 또는 유망 스타트업
2. 하 는 업 무 : 법무팀, 컴플라이언스 업무(공정거래 등)
3. 산 업 분 야 : 식품유통 프랜차이즈 회사 제외, 지적재산권 분야(엔터테인먼트) 환영
4. 지 역 : 서울 및 지하철로 출퇴근 가능한 경기도 일부
이후 제일 먼저 한 일은, 공무원으로 근무한 내용을 추가하여 이력서 및 경력기술서를 업데이트하고, 자기소개서를 수정했다. 경력직 이직에 있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로 '경력기술서' 작성이다. 본인이 수행한 업무를 구체적,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특히 수치화 가능한 성과 위주로 작성할 것!
예를 들면, 1년간 수행한 법률상담 00건, 분쟁조정 00건, A내용의 소송사건(소가 00원) 및 B내용 소송사건(소가 00원) 등에서 전부 승소, C내용의 불공정거래 신고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 D내용의 형사고소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 검토한 계약서들(E, F, G,~~Z), 그밖에 수행한 여러 법률자문(인사노무, 부동산, 컴플라이언스 등), 보도자료나 기사화된 내용이 있다면 옆에 언급하는 등이다.
작성된 이력서 및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변호사들의 취업정보 사이트의 내 목표에 부합하는 공고에 따라 직접 지원을 하기도 했고, 명함관리 앱에서 커리어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는 리OO 앱 '내 프로필'에 올려두기도 했다. 예전에 알고 지냈던 헤드헌터로부터 2건의 전화 제안과 위 앱을 통한 9건의 모바일 제안, 총 11건의 헤드헌터 제안을 받았다.
이직이 확정된 후 이 글을 쓰기 위해 세어 보니, 2020.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전부 29개사에 지원했고, 서류가 통과되어 면접을 진행한 곳은 6개사, 1차 면접에 합격한 곳은 3개사, 2020년 12월 중순 최종 합격한 곳은 2개사였다.
이번에 이직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링크드 O이나 리멤O 앱 같은 새로운 커리어 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이직에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해당 앱에서 영업을 한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젊은 헤드헌터들이 해당 커리어 앱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헤드헌터들은 채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다다익선), 혹은 적임자 찾기가 어려운 까닭에선지 채용포지션의 자격요건에 상당 부분 부합하기만 한다면 적극 제안을 해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되면 말고 식의 제안일 수도 있기에 헤드헌터를 통해서는 최종 합격에 이르기란 어려운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그러했다.
여기서 역발상으로, 헤드헌터를 통하면 자격요건에 상당히 부합한다는 것이기에 서류합격 후 1차 면접까지 진행될 확률은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 여러 번의 면접을 경험하면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면접 질문과 돌발적인 질문들에 대응할 수 있는 말근육이 키워지게 되었고, 그러한 경험이 쌓여 면접의 내공의 쌓일 무렵 2곳에 최종 합격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직접 지원과 헤드헌터를 통한 지원을 병행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면접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면접 보는 회사의 홈페이지(사업분야 소개, CEO 인사말, 기업 비전 등), 기업공시 사이트(DART, 기업 주요 내용 공시), 해당 기업 관련 뉴스(법률 이슈), 법원 판결과 공정거래위원회 심결례 등을 참고한 뒤에 면접에 임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면접을 당하는 것은 상당히 기가 빨리고 긴장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자신감을 내비쳐야 하고 나를 포장하며 면접관들의 호감을 사야 하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외롭고 힘든 과정이었다.
인사담당자나 면접관들이 흔히들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면접자들도 해당 기업에 대해, 함께 일하게 될 동료인 면접관들에 대해 나와 맞는지 평가한다는 것이다. 면접에 나오는 단골 질문, 야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변 동료들과의 분쟁 시 극복한 경험, 해당 회사에서 당면하고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해 채용되면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뭔가 급한 법률 이슈가 있기 때문에 변호사를 뽑는 경우가 많다) 등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해당 기업의 조직문화와 동료들, 법률 이슈에 대해 꽤 많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게 되므로 집중력 있게 면접에 임해야 한다.
최종 합격한 회사는 2개사로, 한 곳은 지금 이직해서 다니고 있는 중견 기초화학소재 제조사이고, 다른 한 곳은 대기업 계열사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다. 급여나 처우(직급), 개인의 발전가능성, 회사 조직문화나 분위기, 회사의 성장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금의 회사로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혹시 추가적으로 덧붙일 내용이 있다면 수정, 업데이트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설 연휴 가족들과 즐겁게 쉬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