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어려서부터 노래를 곧잘 불러 도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적 있다는 아버지, 어릴 적 있었다는 기억나지 않는 턴테이블, 음악 마니아 오라버니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라버니는 나랑 나이로는 4살, 학년으로는 5학년 차이가 난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오빠가 '나의 조선통신사'였다고 말하곤 한다. 나에게 음악이라는 문명, 문화를 전파해 준 고마운 사람.
오빠가 수집한 각종 테이프, LP, CD(지금 보니 이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한 세대였구나!)를 소개받거나 몰래 훔쳐(?) 듣곤 했다. LP와 CD를 가장자리 정도를 곱게 만져야지 뒷면에 지문이라도 남기는 날에는 아주 야만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중, 고등학교 때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각종 교향곡과 협주곡(클래식)과 키스 자렛(재즈), 메탈리카(메탈), 퀸(락), 야니, 유키 구라모토, 앙드레 가뇽(뉴에이지), 머라이어 캐리, 셀린느 디온, 마이클 볼튼(팝).. 등 을 골고루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음악 취향은 짬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이러한 상황들이 나를 항상 새로운 음악을 찾게 하고 열려있는 자세로 음악을 듣게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따로 있다.
2017년 10월 초.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를 여행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서 환승할 국내 항공편을 기다리며 지친 몸을 베드형 의자에 뉘어 쉬고 있었다.
눈에 피아노가 들어왔다.
'잉? 웬 공항 게이트 한 구석에 뜬금없는 피아노란 말인가?'
바로 그 찰나에 누가 저벅저벅 걸어온다. 그리고 피아노를 열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띠로리~
그것은 정말 들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재즈나 뉴에이지 음악 같았고 선율과 곡의 전개가 너무나 훌륭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켜고 동영상을 찍었다.
'어머! 이런 것은 남겨야 해!!'
사람들이 점점 음악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금씩 몰려들었다. 한 10여 명 정도였고 그 공간에 존재한 나머지 사람들도 다가오진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귀 기울여 음악을 들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뉘엿 해가 지는 시간이었고, 이국적인 파리의 공항이었으며,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였다.
정말 모든 것이 완벽했다.
빠져들었다.
연주는 5분 정도였으나, 여행 막바지의 피곤한 몸과 마음이 진정 힐링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연주가 끝나자마자 진심 어린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나의 격렬한 박수 때문이었을까? 피아노 연주자의 일행이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Are you a musician? Chinese?'
(음악 하시는 분이세요? 중국인인가요?)
나는 음악가는 아니며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자기네는 중국 등 아시아 페스티벌에서도 공연을 하니, 보러 오라며 명함을 줬다(영어가 짧아서 중국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오라는 줄 알았다;;).
그들은 룩셈부르크에서 활동하는 재즈 트리오 DIA(Dock in Absolute)였다.
(-피아노: 장-필립 코흐, 베이스: 데이비드 킨치거, 드럼: 네이트 웡)
돌아오자마자 그들의 앨범을 검색했고, 무려 아마존 직구로 CD 앨범을 구입해서 들었다.
(국내 인터파크에서도 판매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들의 음악은 신선했고, 경계가 없었으며, 아름다웠다.
DIA는 2017. 10. 제14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의 초청 연주자였고,
그 내한에 맞춰 서울 이곳저곳의 재즈클럽에서 공연을 한 것도 나중에 알게 돼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힐링 여행을 마치고 다시 사내변호사로서 바쁜 업무를 이어가느라 검색할 새도 없었다고 믿고 싶다.
이렇게 음악은 우리네 일상 속 선물처럼 찾아온다.
이것은 매우 특별한 기억임이 분명하지만,
일상 속 카페에서, 친구와 함께 걷는 연트럴 파크 버스킹 공연에서, 예능이나 드라마 BGM이나 CF 삽입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