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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라 강변 Sep 30. 2020

03 한 땀 한 땀의 아름다움

-  패브릭 미감에 대한 찬양 I

내가 찬양해 마지않는 것이 있다.

바로 패브릭이다.

패브릭이 가진 조직감과 색감, 미감, 촉감이 좋아서 늘 끌린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불집, 천 집, 자수공예품점에서 늘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좋아하는 여러 패브릭이 있지만, 먼저 자수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자수를 언제부터,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자주 사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어머니가 햇빛이 들어오는 오후 흔들의자에 앉아

수틀 속 자수를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놓는 아름다운 광경을

상상하시지 마시라.


그런 광경은 기억에 없다.


그럼에도 소파 위에 올려진 방석의 자수, 이불 자수 등을 늘 보고 자랐다.

어머니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용하던 기존 이불은 빨아서 넣으시고,

그 계절에 맞는 이불을 새로 꺼내신 후 이불 홑청을 시치시고

항상 마지막에는 얼굴이 닿는 이불 위쪽에 자수가 놓인 천을 덧대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을 그렇게 정성스레 하셨구나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다시금 든다.



어머니의 계절성 루틴 작업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늘 곁에서 자주 보아왔다.


그 자수들은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셨던 어머니가 시집오기 전에

스스로 수놓기도 하고, 솜씨 있는 여고생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마련하신 것이라 들었다.


내가 처음 수를 놓은 것은 지금은 남녀평등 문제로 없어졌다는 중학교 '가정'시간이었다.

비단 복조리에 자수를 놓았던 것 같은데(실크보다는 비단의 어감이 더 좋다),

혼자 다 하기엔 어렵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바느질, 재봉틀에 일가견이 있으신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았었다.


이후 성인이 되어 자수공예품을 사기도 하고, 자수 작품들을 미술관에서 만나기도 하다가

직접 자수를 놓고 싶어 몇 년 전 부산 로펌에서 근무하던 시절,

프랑스 자수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러 갔다.


아주 솜씨 있으신 가정주부 선생님의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클래스였다.

기본 중의 기본인 아우트라인 스티치, 레이지 데이지 스티치를 이용하여 앞치마에 수를 놓았다.


그곳에서 나는 또 프랑스 자수의 신세계를 경험했고, 자수에 더욱 끌리게 됐다.

이하는 그 선생님(혹은 정규반 수강생)이 정성스레 수놓은 야생화 자수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지금까지 그 사진을 '즐김'폴더 사진 파일에 저장하여 두고 가끔씩 꺼내 보곤 한다.

언젠가는 나도 실력을 갈고닦으면 이런 작품 같은 수를 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보고 있으면 심미감에 빠져든다.


이후 서울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한 번 정도 더 수강했고,

그 이후에는 자수 책 몇 권과 유튜브 동영상 강의로 독학하며 가끔씩 여유 있을 때 수를 놓곤 한다.


수를 놓는다는 것은 시간과 정성을 요하지만,

그 순간에 오롯이 집중,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색칠공부 등 멍 때리기 휴식이 필요한 정신노동자에게 추천할만한 취미가 아닐까 한다.


수 놓인 티 코스터를 사용하는 즐거움은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다이소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손쉽게 자수를 경험할 수 있는 도안 및 해당 자수 재료 패키지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고,

네이버 블로그 및 유튜브 동영상과 함께라면 배우지 못할 것 없는 세상이다.


자수의 매력을 눈으로만 느끼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쯤 직접 시도해 보시길 응원합니다.


우리 같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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