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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하라 강변 Oct 03. 2020

05 나의 거장 :  피아니스트 백건우

- 건반 위의 구도자

최근 9년간 내가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은 단연코 피아노 소나타, 협주곡이다.

그중에서도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를 즐겨 듣는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피아노 학원엘 다녔었다.

그 시절 우리네 부모님들은 피아노 학원에 보내는 것을 부모의 예체능 책무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피아노에 대한 흥미가 별로 없었다.

밖에서 고무줄놀이를 하거나, 자전거 타기, 땅따먹기 놀이,

구름사다리, 정글짐에서 노는 것을 솔직히 백 배는 더 좋아했다.


피아노 학원에 같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에 다니며

친하게 지내던(이라 쓰고 내외했다고 읽는다) 동갑내기 남자 사람 친구 3명이 있었다.

그런데, 모두 나보다 잘 연주하거나 적어도 레슨 진도가 빨랐다.


게다가, 그중 피아노 선생님 외동아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이미 베토벤, 쇼팽, 차이코프스키 등의 곡을 이미 환상적으로 연주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 친구는 음대에 진학해서 음악가가 되었고 지금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단 한 번도 피아노를 연주하며 잘했다는 칭찬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언제나 숙제 같고 지금 생각해보면 '일' 같이 느껴졌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4학년 때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서른 즈음까지 교향곡이나 피아노 아닌 악기의 협주곡, 주로 현악기 위주의 곡을 주로 들었다.

좀 더 정확히는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내는 첼로 음색을 좋아했다(취미로 몇 해 배우기도 했다).

그래서 파블로 카잘스, 로스트로포비치, 요요마, 미샤 마이스키, 장한나 등의 앨범을 즐겨 들었고,

몇 번 내한 공연을 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있던 겨울 어떤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피아노 음악을 좋아했었다.

특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6번 '고별'의 3악장 '재회'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때부터 다시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고,

그즈음 피아니스트 백건우에 대해 알게 됐다.


그가 피아니스트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지 

올해로 64년째이고(그는 1946년 생이다),

영화 '시'로 잘 알려진 배우 윤정희의 남편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그의 음반을 듣다 보면, 느껴진다.

한 건반 한 건반을 영혼을 다해 연주해서

그것은 마치 경건한 기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진심 어린 위로를 받는다.

그의 공연을 직관하면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그의 음악은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었고,

평온한 마음,

항상심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마법이었다.


그런 그의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

이번에는 낭만음악의 거장 '로베르트 슈만'(유니버설 뮤직, 2020.9.)이다.


그는 한 작곡가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며 집념 있게 파고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마지막 단계에 앨범 녹음을 하고, 이후 공연을 갖는다.

그동안 슈베르트(2013), 스크라빈과 라흐마니노프(2015),

베토벤(2017), 쇼팽(2019)에 대한 여행을 그와 함께했다.



이번 가을엔 '슈만'에 대한 여행을 그와 함께 떠난다.

지금 그의 슈만에 대한 '기도'를 듣고 있다.


가슴 일렁이는 가을을 선물해 준 것에 감사하며,

그와 그 아내의 건승을 진심으로 바라본다.


(유튜브, 백건우, 슈만 어린이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https://www.youtube.com/watch?v=ujeD7ZT_N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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