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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제를 찾는 방법

기발한 아이디어, 사업 아이템은 어디에서 오는가

by 정덕용

2025년 7월, 현재 전세계는 인공지능 시대의 초창기를 지나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시대, 2010년대 모바일 시대를 거쳐 세 번째 IT 패러다임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진입할 때마다 인간의 일은 변화를 겪었고, 새로운 역량을 요구받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시대에 (커리어 측면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쏟아진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 역량은 진짜 필요하겠다."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문제를 찾는 능력'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 능력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이 인정받았다. 학교에서 시험문제를 잘 풀거나, 대학에서 중간고사를 잘 보거나,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잘 해내는 사람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였다. 그러나 현재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점점 인간보다 문제해결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종국에는 '문제해결'은 인공지능이 하고, 어떤 문제를 풀게 할지 '질문을 던지는 일'은 사람의 몫이 되는 것이다. 물론 어떤 문제를 던져도 해결할 수 있는 소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등장은 시기미정이며, 오지 않은 미래이므로 여전히 문제해결력은 중요한 역량이 맞다. 다만 기존 사회에서는 문제해결력을 중점적으로 요구했으나, 이제는 문제 정의 능력도 요구받는 시대가 예정돼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 문제를 찾는 능력이 중요하다.
근데 어떻게?



문제를 잘 찾는 능력이란 뭘까. 어떻게 생기는 걸까. 어떻게 잘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막연한 고민을 시작했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고 혼자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문제를 잘 찾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3가지다.



1.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과 전문 지식

아는 만큼 보인다. 문제를 찾으려면 깊은 관심과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 눈을 감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사업 아이템을 찾고, 문제를 발견할 수 없다. 어떤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은 계속 자신에게 해당 분야의 업계 동향과 이슈가 인풋(input)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파이프라인이다. 또한, 어떤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은 발견하는 문제의 깊이(depth)를 달라지게 한다. 관심은 문제를 발견할 확률을 높이고, 전문지식은 발견한 문제의 가치를 높인다고 보면 된다. 그 예로, 축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좋은 문제를 발견한 스타트업이 있다. 광주의 AI 스타트업 '인트플로우'는 축산 현장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돼지의 무게를 사람이 주기적으로 재야 한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돼지의 적절한 도축시기를 알기 위해 주기적으로 사람 2명이 돼지를 한 마리씩 저울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축산업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고, 전세계 돼지 농가가 겪는 아주 좋은 문제를 발견했다.

126575392.2.jpg 출처 :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819/126574959/2


애초에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조차도 드물다. 자신이 좋아하는/관심있는 특정 분야를 디깅(digging)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며, 추가적으로 전문지식까지 쌓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추가

1-1 현실적 해결 가능성

관심만 있는 사람은 문제를 발견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지만 현실적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문제를 표면적인 수준에서 인식하기 때문이다. 불편함이나 궁금증, 이상항을 감지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ex."이 앱은 왜 이렇게 느리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은 같은 문제를 시스템 수준에서 구조화한다. 병목 현상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어떤 기술적 제약이 잇는지, 해결이 왜 어려운지 파악한다.
ex."이 앱은 서버-클라이언트 간 데이터 캐싱 로직이 없어서 요청마다 병목이 발생하는 것 같네"

1-2 문제 인식의 범위

관심만 있는 사람은 자기 경험이나 특정 맥락 안에서 문제를 인식한다. 따라서 국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해결책도 개인화된 방식에 머무를 수 있다. 한편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 문제가 전체 시스템, 산업, 사회적 구조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르 파악하고, 보편적이고 확장 가능한 문제로 연결할 수 있다.



2.지금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문

스크린샷 2025-07-10 오후 5.30.19.png 출처 :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1406

"당연한 것이 당연한가?" 이러한 근본적 물음은 관심과 전문지식을 통해 발견하는 문제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관심과 전문지식이 '틀 안의 사고'라면,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것은 '틀 밖의 사고'이다. 통념, 관습, 기존 시스템, 이미 해결된 문제에 대해 "왜 이렇게 하는 거지?"라고 물으면서 더 나은 방식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는 보통 작은 문제해결보다 혁신적 사례에서 발견된다. 에디슨은 '더 오래 가는 촛불'이 아니라 '전구'를 발명했고, 헨리 포드는 '더 빠른 마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었고, 일론 머스크는 '더 효율적인 로켓'이 아니라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만들었다. 충분한 관심과 전문지식으로는 더 나은 마차, 촛불, 로켓을 만드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다만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것은 중요성을 알게 되어도 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통념, 관습, 이미 해결된 문제를 재검토하는 행위는 사람들에게 지지받기도 어렵고 스스로도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옳다고 받아들이는 것과 교수님, 전문가, 전문서적에 나온 지식에 대해 '진짜 꼭 그래야 하는지' 생각의 필터링을 거치려는 노력만으로도 차별화된 삶의 자세라 생각한다.



3.데이터 수집과 분석 능력 키우기

스크린샷 2025-07-10 오후 5.43.56.png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세상은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우리 주위에 문제가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시그널을 포착하기 위해 안테나를 세울 필요가 있다. 관심, 전문지식,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을 통해 감지한 느낌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봐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스킬풀(Skillful)할 수도 있고 수작업, 직관, 감각, 통찰의 의해 행해질 수 있다. 엑셀, SQL, 파이썬 등의 스킬을 사용하는 정량적인 방법과 단순한 기사 스크랩, 직접 경험에 의한 정성적 방법을 고루 사용해야 좋은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특정 분야에 대한 관심, 전문지식, 당연한 것에 의문품기가 안테나의 감도(sensitivity)를 올리는 일이라면, 데이터 분석은 안테나로 수집된 신호를 분석하는 일이라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정리한 3가지 준비를 하면 세상이 보내는 시그널과 노이즈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좋은 문제를 찾는 방법

세 줄 요약

1.어떤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전문지식을 꾸준히 공부한다.

2.통념, 관습, 기존 체제에 의식적으로 Why를 던진다.

3.데이터 수집과 분석 역량을 길러 세상이 보내는 시그널과 노이즈를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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