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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Feb 28. 2020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1탄

처음으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는 이야기

** 이 시리즈는 정보제공에 대한 글이 아니며,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경험담입니다만

중간중간 제 개인적인 생각정리와 참고하셨으면 하는 부분은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나는 본가 집을 처음으로 떠나 갓 스무 살이 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쭉 수원에서 살아왔다. 대부분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고, 한 동안 고시원에 있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첫 전셋집이다. 늘 수원 안에서만 있다 보니 한 번쯤은 수원을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은 동기들이 졸업하고도 한참 동안 학교생활을 했던 나는 항상 가까이 있던 동기들이 하나둘 떠나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을 지켜보는 입장이었고, 그 후에도 계속 학교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아서 지박령이 된 듯한 기분이 든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더 이상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도 동기도 없었고, 나도 새로운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던 차였다. 


지금 살던 집 전세 계약이 거의 다 끝나가서 이번에는 서울에 자리를 잡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무실과도 가깝고 한 번쯤은 서울생활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원이면 그리 먼 것도 아니지만 왠지 서울은 항상 관심은 있는데 약간 서먹하고 대하기 어려운 친구처럼 가까운 듯 아닌 듯하면서도 알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이미 수원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간지 조금 된 동료에게 집 구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귀 따갑도록 들어오긴 했지만 그렇게 감이 막 오진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비교적 쉽게 구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지금 집을 구할 때는 이미 이 동네로 들어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 데다 혼자 사는 용도로 지어진 오피스텔이 많았기 때문에 조금 작은 평수이긴 하지만 금액을 맞춰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 집을 구한다고 했을 때, 일단은 서울의 어디를 구할 것이냐에 대한 생각이 아무것도 없었고 (사무실에서 한 시간 안이라는 아주 막연한 조건 외에) 전세자금 대출이나 집에 종류가 많다는 것도 사실은 아예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동료 말을 듣고 이미 겁을 많이 먹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일찍 집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선은 매물을 확인해야 하니 저번에 사용하고 지웠던 다방을 다시 설치했다. 집을 구하기 시작하며 첫 번째로 간과한 것은 허위매물에 대한 이해도였다. 생각해보면 2년 전에도 집을 구할 때 보고 싶은 매물이 있는지 전화를 하면 없다며 다른 방을 보여준 적이 많았는데 그새 기억을 잊고 다방에 올려진 매물이 다 실재하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사무실과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지도를 보고 둘러보면서 나도 모르게 안심을 했다. 가격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무섭지 않았기 때문이다.


2호선 라인에 원하는 가격에 내부가 깔끔하고 넓은 집들이 꽤 있었고, 올려진 집중에 한두 군데만 매물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처음에는 생각을 했었다. 며칠 후 한번 실제로 가보아야겠다 싶어 연락을 시도했더니 대답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없어요'였다. 찾아놓은 집이 놀랍게도 단 한 군데도 없거나 아예 연락이 없었다. 거기서 일단 살짝 충격을 받았고, 연락을 주신 대부분의 중개사분들은 금액을 더 올릴 수는 없는지, 역에서 조금 더 멀어져도 괜찮은지, 전세금에 월세를 추가로 얼마 정도 낼 수 있는지 등등을 물어보시며 일단 알아봐 줄 테니 와보라고 하셨다. 알아봐주신다는 말이 고마우면서 어디 의지할데 없이 실오라기같은 믿음 하나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다. 게다가 원하는 매물은 아예 없고, 근접한 거라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생각한 예산보다 웃도는 금액의 집을 보기로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의도 했고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상 가격보다 높은 매물을 일부러 보여주는 것이 집을 거래하도록 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막상 보면 내 예산의 집에 비해 훨씬 깔끔하고 넓고 멋지기 때문에 내가 그 집에서 사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이 정도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조금 더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게 사람 심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수중에는 진심으로 그럴만한 돈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해볼 것도 없었는데 내가 왜 집을 보러 가자고 했는지 부동산 앞을 도착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부동산을 들어가니 전화를 받고 있는 젊은 남자 두 명과 팀장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분과 사장인지 알 수 없는 남자분 네 명 그리고 이미 계약을 하고 있는 듯한 남자분 한 명이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

서울의 전셋집 구해보셨나요? - 2탄


현재 상황  

     수원에서 살다 서울로 처음 전셋집을 구하려고 함   

    전세자금 대출이나 집, 서울에 대해 아무것도 모름   


지금까지 안 것  

     원하는 가격대에 매물이 있는 것은 거의 다 허위매물이라는 것   

     마음이 급하면 예산을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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