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는 이야기
** 이 시리즈는 정보제공에 대한 글이 아니며,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경험담입니다만
중간중간 제 개인적인 생각정리와 참고하셨으면 하는 부분은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1탄 요약: 허위매물에 충격을 받고, 서울의 전셋집을 구하러 무작정 부동산을 간 나
이 날은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부동산과 집을 보러 돌아다녀 본 날이었다. 이 날을 계기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는데, 이전에 허위 매물에 충격을 받았을 때와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내가 간 곳은 신림에서 가까운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안의 분위기는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많이 달랐다. 보통은 한 분이나 두 분의 공인중개사 (대체적으로 나이대가 좀 있으신)가 계신 복덕방 같은 부동산이 상상하던 그림이었는데 내가 들어간 곳은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고 있는 전화상담 사무실 같은 분위기와 공인중개사인지 알바인지 알 수 없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어수선한 모습을 보며 약간 경계심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2월 초중순 집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극성수기였고, 중개보조원** 을 두는 게 합리적인 시기이긴 했다) 도착해서 이미 집 계약을 하고 있는 남성분을 상대하느라 정신없는 중개사분을 오랫동안 기다리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기로 한 집은 예산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서 잠시 대화에 끼여 아무래도 가봐야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잠깐만 계셔 보라고 하시며 갑자기 원하는 집을 같이 봐주겠다고 하셨다.
**중개 보조원 : 중개인을 대신해 중개 대상물에 대한 안내 및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으로 중개보조원이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이지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공인중개사가 있어야 한다. 중개보조원 업무처리로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지는 수가 있다. (참고)
가까이 가 앉으니 중개사들만 접근을 할 수 있는 매물 확인 사이트가 모니터에 띄워져 있었다. 대부분의 중개사들이 그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중 원하는 조건에 맞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는 것으로 보아 최신 매물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인 것 같았다. 사용 방식은 다방, 직방 같은 일반인들이 쓰는 것과 비슷했지만 UI는 굉장히 올드했다. 젊은 중개인이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상관없이 모두 중개인으로 통일하겠다) 옵션을 여러 개 보는 게 좋다고 하시며 내가 말한 금액보다 조금 높여 필터를 걸었다. 내리면서 하나둘씩 괜찮다 싶은 매물을 보는데, 보여주는 것들은 모두 가격이 예산보다 높았다.
사실 그 날은 혼자서 갈피를 못 잡을까 봐 먼저 집을 구해본 동료가 고맙게도 도와주겠다고 같이 나와줬었다. 덕분에 부동산에 들어가기 전 몇 가지 조언을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정확히 예산을 잡아두지 않으면 타협해서 금액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들어가기 전에는 아닐 것 같았는데 원하는 집이 안 보이면 안 보일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고 조금만 높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을 사실 이 날도 경험했다. 정신 차리고 내가 정한 예산에 맞지 않는 것은 다 걸러내고 처음 생각한 조건에 맞는 걸 찾아봤더니 딱 하나의 매물이 보였다.
일단 이 집을 본 얘길 하기 전에 이 날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신림까지 오는 교통시간을 제외하고 집만 구하러 다니는데 4시간을 들였지만 이 날 내가 본 집은 딱 두 군데였다. 그것도 없다는 걸 다른 공인중개사분이 만들어서(?) 보여준 한 집과 방금 찾은 집이다.
위에서 찾은 집을 보러 가기까지 시간이 남아 나는 길 건너편 눈에 띄는 다른 부동산을 찾아갔다. 사실 이미 매물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갔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내가 생각한 그런 부동산이었다.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중개인 분이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주시며 맞장구를 쳐주셨다. 그리고 지금 매물은 없지만 알아봐 주겠다고 하시면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셔서 알려준 뒤 다시 처음 보기로 한 집을 찾아갔다.
가격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집을 알아보며 이 말의 의미를 깊이 알게 되었다. 가격이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구식 UI로 된 사이트에서는 집의 위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역에서 한참 더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집 내부는 사진처럼 깨끗한 편이었지만 아주 작았다. 그리고 집을 거의 다 보고 나서야 알게 된 건 전세대출이 되지 않는 조건으로 집을 내놓은 사실이었다. 대출이 되지 않으니 아직 남아있는 매물이었다. 대출이 되면 일찌감치 나갔을 거라고 중개인은 말했다. 하지만 이 가격에 이런 매물도 없기 때문에 빨리 정하지 않으면 이것도 금방 나갈 거라고도 말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적어도 생각하기로는) 다만 처음으로 본 집이라 마땅히 비교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좋은지 나쁜지 기준조차 세워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폰 번호를 남겨놓은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 집이 있다며 빨리 와보라고 했다.
다음 편에 계속
중개 보조원이란 무엇일까?,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864782&memberNo=3127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