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서울 전셋집을 구하는 이야기
** 이 시리즈는 정보제공에 대한 글이 아니며,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경험담입니다만
중간중간 제 개인적인 생각정리와 참고하셨으면 하는 부분은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2탄 요약: 뭔가 새로웠던 부동산 분위기와 처음으로 본 집, 어땠냐면
처음으로 본 집은 깔끔하고 원하는 옵션이 다 되어 있었지만 여유공간이 거의 없어서 빨래라도 널어놓았다간 움직이기 어려워 보였고 역에서 거리가 멀어 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했다. 전세금 전부를 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핸디캡도 있었다.
집이 빨리 나가니 결정을 빨리해야 된다는 중개인의 말을 들으며 다시 역 근처로 오는 도중 복덕방 같았던 부동산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지금 집이 있으니 볼 일 다 보고 빨리 와 보라고 하셨다. 일단 집을 보여준 중개인에게 결정되면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복덕방으로 갔다.
갔더니 중개인은 "다른 중개사가 가지고 있는 매물을 물어서 확인했는데 아가씨가 얘기한 금액보다 조금 높아서 내가 주인분이랑 상의해서 조금만 깎아줄 수 없냐고 얘기했지~" 하시며 매물을 보고 마음에 들면 주인이 조금은 깎아줄 의사가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집은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데(네이버 지도로 도보 거리를 하나씩 찍으며 보여주신다) 거의 도로가에 있어서 위험하지도 않고 아주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는데 젊은 사람이니 괜찮죠? 하셨고, 이번에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엄청 깔끔할 거라고 사진을 보여주셨다. 진짜 깔끔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그러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그런데 이게 반지하야."
아마도 사람들이 반지하라는 조건에 대해 보이는 반응을 기다리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해도 이 매물을 보여주는 게 맞을까 고민하시는 건지 그러고 잠깐 뜸을 들이셨다.
나는 그 순간 부동산을 가기 전 동료가 했던 많은 조언 중 하나가 또 떠올랐고(반지하는 가지 말라는) 동시에 반지하에 살고 있던 친구의 집이 떠올랐다. 빛이 잘 안 들어오긴 했지만 아늑하고 깨끗했던 그 집은 내게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렇게나 매물이 없는데 확인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겹쳐져 "남향이에요?"라는 말로 튀어나왔다.
중개인은 자기도 그게 자기가 갖고 있는 매물이 아니라 모르겠다 하시며 바로 아는 중개사 분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했다. '이게 남향 맞아요!' 하시며 '그런데 가격에 맞는 거 찾으려면 뭔가 하나는 포기해야 돼' 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시며 집을 보러 가자고 겉옷을 챙기셨다.
10분 거리라고 해서 그 정도면 걸을만하지 않을까 했는데 체감으론 꽤 길었다. 언덕도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중개인 말이 사실이었음에도) 올라가며 중개인은 언덕이 싫으면 낮게 올라오는 길이 있다고 몇 번이고 설명해주셨다. 우리는 어느 주택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언뜻 반지하로 보이는 집의 창문이 눈 앞에 보였다.
대문에 걸려 있는 대문 키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곧바로 몇 칸의 계단 아래 현관문이 보였다. 안에는 새로 도배를 해서 새집 냄새가 조금 났고, 그때 시간이 대략 4시쯤 되었는데 안은 어둑해져 있어서 불을 켜야 했다. 남향이라지만 창문 밖이 주택의 벽에 가려져 빛이 제대로 들어올 것 같진 않았다. 중개인이 출발 전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맴돌았다. 그래도 첫 번째 본집과는 다르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감도 안 오게 넓은 방과 크진 않아도 어느 정도 활용은 가능할 것 같은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걷지만 역까지 걸어 다닐 수 있었고, 큰길에서 많이 벗어나지도 않았으니 중개인 말대로 이 집도 나쁜 집이 아니었다.(다가구주택이긴 했지만, 이 당시엔 다가구/다세대에 대해 다가구는 그냥 안 좋다 정도로만 알고 있어서 제대로 확인을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정리를 하려고 한다)
그렇게 나는 아주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집들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두 집을 보고 나니 현실이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고, 가까이 다가온 현실에 낯 가리느라 생각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몇 군데를 더 돌아다닐 수도 있었지만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고, (집 보러 다니면 왜 평소보다 더 빨리 지치는 걸까) 더 보기 전에 우선 생각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두 개의 집이었지만 집을 비교하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단순히 거리를 포기할 것인지 집의 크기를 포기할 것인지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이 집은 거리는 나쁘지만 공간 분리가 잘 되어 있었고, 깔끔하고 빛이 잘 들어왔는데, 아냐 저 집은 걸어서 나갈 수 있잖아.' 봐야 할 변수가 너무 많이 떠올랐는데 아마 아직 집 보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중요한 것들을 가려내지 못하는 걸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이 날의 가장 큰 수확은 현재 상황(매물이 실제로 얼마나 있는지, 현재 조건에 어떤 집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점이다.
이제 진짜 집을 구하기 위한 전략을 짤 때가 된 것 같다.
다음 편에 계속
현재 상황
무작정 돌아다닌 결과 두 군데의 집을 보았다.
지금까지 안 것
서울의 부동산은 중개보조원이 많다.
모든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